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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성전에 예수님를 봉헌함 - 렘브란트

by 파스칼바이런 2014. 2. 12.

 

성전에 예수님를 봉헌함 - 렘브란트

1631년, 캔버스에 유채, 60×48cm,

마우리츠호이츠 왕립미술관, 네덜란드

 

[말씀이 있는 그림] 위로의 빛, 영광의 빛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네덜란드 바로크 미술의 거장)는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어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그림은 가운데 아기를 안고 있는 시메온을 중심으로 어머니 마리아, 아버지 요셉 그리고 유대 복장의 두 사람이 있다. 또한, 붉은 예복을 입은 예언자 한나는 아기 예수님을 보고 몹시 놀란 모습이다.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을 감격한 듯 자신의 품에 안고 있으며, 그것을 두 명의 유대인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빛’과 ‘어둠’이란 두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화가 렘브란트는 광선(光線)의 화가답게 강한 빛과 어둠의 표현으로 주제의 의미를 한층 부각시킨다. 그림 중앙에 아기 예수님을 안은 시메온의 모습은 밝게 빛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림에서 광선은 외부에서 비추어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빛이 아기 예수님 자체에서 흘러나와 시메온의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기를 품에 안은 시메온은 눈부시게 환한 빛을 보고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 30)라고 환희의 노래를 부른다.

 

시메온은 평생을 성경 말씀 안에서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다.”(루카 2, 25) 성령께서는 그에게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메시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였다. 나이가 지긋한 그는 메시아가 구원의 빛이 되어 오실 것을 확신하였다. 그림에서 시메온의 오랜 기다림은 직접 아기 예수님에게서 흐르는 빛으로 위로받는다. 아기 예수님에게서 흘러나오는 빛은 이 교인들에게는 ‘계시의 빛’이 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영광의 빛’이 되기 때문이다. 이 빛은 “위로받을 때”(루카 2, 25)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빛이며 영원의 빛이 될 것이다.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으로 계신 아기 예수님을 품에 끌어안은 시메온은 얼마나 가슴 벅차며, 축복을 받은 사람일까? 나이가 든 시메온이지만 사람들에게 빛의 증거자로 환희에 차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기 예수님 앞에는 여예언자 한나가 있다. 그녀는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며, 성전에서 밤낮없이 단식과 기도로써 하느님을 찬미하고 섬겼다고 한다. 그림의 한나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난 감동으로 손을 펼쳐 들고 찬미하고 있다. 그녀는 이 소식을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루카 2, 38)

 

그림 중심부에서 흐르는 빛과는 달리, 화면 오른쪽 아래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검은색 예복을 입은 랍삐 두 명은 아기 예수님을 둘러싼 모습을 달갑지 않게 쳐다본다. 어둠에 둘러싸인 이들은 전혀 그림의 중앙에 흐르는 빛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기 예수님의 빛은 시메온과 한나의 눈을 밝히시어 보게 하신다. 이 빛은 어둠 속에 그려진 모든 사람에게도 비추게 될 것이다.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모든 사람이 다함께 그것을 보리라.”(이사 4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