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y with the Club Foot 1642
Oil on canvas
Musee du Louvre, Paris
17세기 후반 스페인의 국력이 차츰 쇠퇴하면서 소외계층이
동요하는 양상을 보이자, 권력자들은 가진 자들이 자선을 베푸는것도
현세에서 복을 쌓는 일이라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즉 가난한 이에게 자비를 베풀면, 당신들은 천국을 갈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로인해 스페인 회화에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위대한 성인이나 귀족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그런데.리베라의 위 그림은 적선을 하는 귀족이나 성인이 아닌..
적선을 받는 인물이 주인공인 독특한 주제다.
리베라가 말년에 그린 위 그림에서 우리는 가난이 주는 절망을 실감할수 없다.
그저 소소한 일상의 기록처럼 보일뿐, 분노나 아픔보다는
따사롭고 인간적인 정, 나아가 '비록 이렇게 살지만,
행복할 권리는 우리들에게도 있다'는것을 강변하는듯 어떤 자존심마저 느껴진다...
그림의 소년은 오른발이 소위 ‘새우 발’인 불구다.
더구나 산 중턱에 힘들게 올라왔을 법한데
이를 내보이며 천진하게 웃는 소년의 표정은 더 없이 맑다.
배경의 푸른 하늘은 소년의 미소와 함께 더욱 푸르게 보인다.
옷차림도 얼굴도 남루하고 비천해 보이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는다.
소년의 오른쪽 반신은 마비되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지만
그 지팡이를 어깨에 메고 있어 마치 개선하는 병사처럼 씩씩해 보이며
소년의 왼쪽 손에 쥐어져 있는 종이에는 라틴어로
“당신이 신의 축복을 받으려거든 나에게 동냥을 해주세요” 라고 씌여 있다.
그림에서 소년은 자기의 처지와 곤경을 개의치 않고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딜 수 있는 듯 웃음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또는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채워가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느낌이 강해
스페인 사람 특유의 기질을 보는 듯하다.
가난과 장애 등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함과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년의 웃음 속에서
삶의 여유와 편안함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타인에게서 찾곤 하는 우리들에겐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Blind Old Beggar ca. 1632
Oil on canvas 124.5 x 101.7 cm
Allen Art Museum at Oberlin College, Ohio
Muchacha con pandero, el oído
Oil on Canvas 59 x 45 cm.
Private Collection
El bebedor, el gusto
Oil on Canvas 59 x 45 cm
Private Collection
El gusto 1613-1616
Oil on Canvas 113 x 83 cm.
Wadsworrth Atheneum, Hartford
El olfato 1613-1616
Oil on Canvas 115 x 88 cm.
Private Collection
An Old Man c. 1635
Oil on canvas 54.6 x 48.3 cm
Detroit Institute of Arts, Michigan
An Old Usurer 1638
Oil on canvas 76 cm x 62 cm
Prado Museum, Madrid
Democrito 1630
Oil on canvas. 102 x 76 cm
Private Collection
리베라는 장난꾸러기 소년들과 거지등 소외받고 천대받는 사람들을
작품의 모델로 하여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
썩어서 누런 이빨, 지저분한 피부, 산발한 머리, 쭈글쭈글한 살결
그리고 너덜 너덜 넝마같이 헤진 옷등을 정밀하게 묘사함으로서
17세기 회화에 유례없었던 대단히 거친 사회적 사실주의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심지어 그는 고대의 철학자들도 그렇게 그렸다.
위 작품의 주인공인 데모크리토스는 웃음을 잃지 않은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렇다고해서 삶의 역경을 가볍게 웃어넘길 정도로 활기찬 사람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삶을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강한 사람이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실수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들을 어리석은 존재로 보았다.
Laughing Democritus
Oil on canvas
Wilton House, Wiltshire
잘 생긴 얼굴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참 인상적인 얼굴이다.
데모크리토스는 가난했기에
여기저기서 구해 걸친 옷은 여러 군데 구멍까지 나 있어서 더욱 초라해 보인다.
그가 유일하게 아끼는 것은 들고 있는 책뿐이다.
그의 표정에서 보이는 솔직담백함은 세상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상이 그를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자기 자신의 내실에, 이기적이지 않은 마음에,
자신이 보고 듣는 것에 대한 사심없는 태도에 만족할 뿐이다.
이 작품은 용감한 한 인간을 그린 초상화인 것이다.
리베라의 인물화에는 이렇듯 꽉찬 느낌을 주는 동시에 음미할수록
작품의 진실함과 강렬함뿐 아니라 작품속 인물의 수수함과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 화가의 내면세계를 동시에 발견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