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 / 이해인 수녀
삶의 의무를 다 끝낸 겸허한 마침표 하나가 네모난 상자에 누워 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가네.
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사랑 대신 하라 이르며, 영원히 눈감은 우리 가운데의 한 사람.
흙을 뿌리며 꽃을 던지며 울음을 삼키는 남은 이들 곁에, 바람은 침묵하고 새들은 조용하네.
더 깊이, 더 낮게 홀로 내려가야 하는 고독한 작별 인사. 흙빛의 차디찬 침묵 사이로 언뜻 스쳐가는 우리 모두의 죽음.
한평생 기도하며 살았기에 눈물도 성수처럼 맑을 수 있던 노수녀의 마지막 미소가 우리 가슴속에 하얀 구름으로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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