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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예수님의 세례 / 엘 그레코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22.
예수님의 세례 /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

 

예수님의 세례 /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

(The Baptism of Christ, 1596-1600)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관장)

 

이 성화의 작가 엘 그레코는 초기에 비잔틴 미술의 영향을 받았고 이후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지인 베네치아 화풍의 영향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들로부터 큰 감명을 받고 마침내 화랑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는 교회미술의 후원자였던 필립 2세가 있는 스페인에 정착하면서 신학에 바탕을 둔 신앙을 예술로 표현하는 최고의 화가가 되었으며,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이고 새로운 화풍을 창출하여 이후 표현주의부터 현대의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가입니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이 <예수님의 세례> 작품은 필립 2세의 요청에 따라 마드리드의 아우구스티노 수도원 성당의 제단화로 그린 것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님의 공생활의 시작을 알리며, 죄 이외에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이 되셨음을 의미하는 그리스도 이해에 관한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작품 전체에서 작가는 자신의 특징인 인물을 길쭉하게 표현하는 과장법을 사용해 신비감을 나타내려고 하였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으시는 겸손하고 부드러운 모습의 예수님과 비교되는 깡마른 체구의 강인하고 엄격한 표정의 세례자 요한의 모습은 그가 강직하고 열렬한 신앙을 지녔음을 강조합니다.

 

예수님 위편에서 천사들이 붉은 천을 받치고 있음은 예수님의 수난을 예고하는 것으로, 예수님의 세례가 죽음으로써 받을 세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가장 윗자리에 성부께서 계시고 요한의 손 위에 흰 비둘기모양의 성령께서 계심을 표현함으로써 세례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께서 선택하신 일이 아니라 성부, 성령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삼위일체적 사건임을 알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