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모은 사랑
2차 이산가족 상봉시 북한의 김응용님은 남쪽의 동생을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것은 지난 50년 동안 모아 온 밤 오십 톨이었다.
"내가 밤 따 왔다. 자, 받아라." 형은 눈물로 범벅이 된 동생을 다시 한 번 껴안으며 50년 전 전쟁 통에 어린 두 동생을 근처 외갓집에 맡기고 피난 가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 유난히 울며불며 떨어지지 않던 동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는 밤을 따러 간다고 말했던 것이다. 잠시 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는 그것이 평생에 한이 될 거짓말인 줄 몰랐다. 그래서 그에게는 "뒷산에 밤 따러 가는 거야"라고 둘러댔던 말이 꼭 지켜야 할 약속이었다. 황해남도 벽성군에 자리 잡고 살면서부터 일년에 한 톨씩 모은 것이 어느덧 오십 톨이 된 것이다.
"어렸을 때는 형이 우리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형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았구나. 고마워…, 고마워… 형."
다음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형을 배웅하는 동생은 밤 몇 톨을 손에 꼭 쥐고 말했다.
"집 마당에 이 밤을 심고 정성스럽게 키우면서 형이 생각날 때마다 바라볼게. 다음에 만날 때는 내가 키운 밤나무에서 밤을 따다 줄게."
형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동생의 어깨를 조용히 안아 주고 버스에 올랐다. 평생 마음에 걸렸던 약속을 지킨 형은 다시 동생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지만 그 밤톨이 싹을 틔워 큰 나무가 될 무렵엔 두 형제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월간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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