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의 대화
서로의 향기로써 대화를 나누는 꽃에 비해 인간은 말이나 숨결로써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꽃이 훨씬 우아한 방법으로 서로를 느낀다. 어느 해 가을, 개울가에 다른 꽃은 다 지고 없는데 용담이 한 그루 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꽃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했다. 입 다물고 있는 용담의 꽃봉오리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나는 네 방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한 번 보여주지 않을래?'' 하고 청을 했다.
다음 날 무심코 개울가에 나갔다가 그 용담을 보았더니 놀랍게도 꽃잎을 활짝 열고 그 안을 보여 주었다.
어떤 대상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그 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이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열어 보여야 저쪽 마음도 열린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집안의 화초들과 가슴 벅차하며 이야기를 나눴던 그 때의 경이로움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어느 날 산의 정기를 듬뿍 묻혀 집으로 돌아오니 베란다의 화초들이 산들거리며 '나도 있어요~ 나도 봐주세요~' 하면서 외치듯이 빛나고 있음을 감지했던 그 순간의 놀라움이란~~!!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하느님과 끈으로 엮이어 서로 서로 이어져 있음을...
- 법정스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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