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을 가진 사람
시각장애 딛고 일어선 개그맨 이동우
무대 위에서 공연을 마치고 퇴장을 하던 다섯 남자 중 한 명이 갑자기 마이크 스탠드에 부딪혀 넘어졌습니다. 관객들은 끝까지 몸 개그로 웃기려 한다고 즐거워했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의 집중력 부족을 질타했습니다.
“도대체 너 왜 그러냐? 혼자만 그렇게 튀고 싶냐?” “그게 아니라 갑자기 조명이 꺼지니까 앞이 안 보여서…”
시력이 좋지 않았던 그는 단순히 안경 도수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밤에 운전을 하거나 걷는 게 힘들어 졌을 때도 그저 ‘야맹증’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을 마친 후 늘 넘어지기만 하던 그가 중대 발표가 있다며 대기실에서 멤버들을 모았습니다.
“미안해~ 사실 나 정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홍록기, 김경식, 이웅호, 표인봉과 더불어 틴틴파이브의 멤버로 활약했던 개그맨 이동우 씨는 결혼을 하고 100일쯤 지난 뒤 ‘망막 색소 변성증’ 이라는 불치병으로 시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망막 색소 변성증은 시세포가 점점 퇴화하는 희귀병으로 유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외에는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병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멤버들은 그동안의 오해에 대한 미안함과 불치병에 걸린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평화방송 진행자로도 우리들에게 친숙한 그는 5% 남짓 남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으로 기적과 같은 삶을 일구어 가고 있습니다.
TV 방송을 통해 이동우 씨의 사연을 들은 천안에 사는 40대 남성이 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다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설렘과 희망에 기뻐하며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기증자를 만난 그는 돌연 눈을 기증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아니 왜 기증받기를 거부하신 거죠?”
“이미 받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눈을 기증하겠다는 그 남자는 ‘근육병’ 환자였습니다. 사지를 못 움직이는 그는 하루 종일 누워 지내며 오직 성한 곳이라고는 눈밖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동우 씨는 안구를 기증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분은 오직 하나 남아 있는 것마저 주려고 합니다. 어떻게 그걸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행복은 생각하기에 따라 가까이에서 쉽게 찾을 수도 있고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보다 내가 가진 것에 더 감사하며 산다면 어느새 행복은 우리 마음에 문을 두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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