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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세 사람을 대접하는 아브라함

by 파스칼바이런 2014. 6. 10.

 

 

세 사람을 대접하는 아브라함

6세기, 모자이크, 산 비탈레 성당, 라벤나

 

 

[말씀이 있는 그림] 세 명의 손님으로 오신 하느님

 

이탈리아 동북부 아드리아 해변에 위치한 라벤나는 5세기에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수도가 되고, 이 후 6~8세기까지 동(東)고트족의 이탈리아 왕국과 비잔틴 제국령 이탈리아의 수도가 된다.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527~565년)는 라벤나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를 짓도록 명했다. 바로 산 비탈레(San Vitale) 성당이다. 대부분 성경 이야기를 담은 산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 장식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건물의 내부 장식은 건축구조에 따라 구획되어 있다.

 

세 개의 아치가 받치고 있는 반원형 벽면에는 제단에서 행해질 성찬식의 모습을 미리 나타내고 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세 사람을 대접하는 아브라함’과 ‘아브라함과 이사악’ 이야기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화면 왼쪽에는 늙은 아브라함과 사라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들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내려온 세 사람이 마므레의 참나무들 밑의 식탁에 앉아 있다. 아브라함은 이 세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사라는 아브라함의 등 뒤 천막 어귀에서 자기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늙어 버린 나에게 무슨 육정이 일어나랴? 내 주인도 이미 늙은 몸인데.’라며 웃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화면에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시는 ‘이삭의 희생’ 장면이 나타난다. 두 팔을 뒤로 묶인 어린 이삭은 무릎을 꿇고 있고, 아브라함은 이삭을 죽이려고 칼을 들고 있다. 그의 앞에서 희생의 상징인 어린 양 한 마리가 서 있고, 하늘에서는 오색구름 속에서 하느님을 형상화한 손이 나와 있다.

 

가운데 장면에는 마므레의 참나무 밑에서 세 명의 남자(천사)가 식탁에 앉아 아브라함의 환대를 받고 있다. 세 명의 인물은 동일한 형상이다. 이것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 카타콤바 벽화나 비잔틴 정교회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삼위일체 이미지이다. 세 사람은 동일한 모습이지만 가운데 사람은 양 옆에 있는 두 사람이 취하고 있는 두 손의 자세와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식탁 가운데 사람은 오른손을 들어 축복을 취하고 있는 모습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상반신 이미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모자이크에서는 바로 이 사람이 성자 그리스도이심을 암시하고 있다. 아브라함을 찾은 세 명의 손님은 삼위(三位)이자 일체(一體)를 나타내는 성스런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요한 14,6-7)

 

삼위일체 신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밝혀주신 하느님의 존재 모습이다. 예수님은 성삼위의 신비를 추상적인 언어가 아닌 구체적인 계시의 말씀으로 풀이해 주고 있다. 이 모자이크 작품 역시 세 명의 사람을 동일하게 묘사함으로써 구체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을 이미지 언어로 나타내고 있다.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