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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4)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by 파스칼바이런 2014. 9. 15.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마땅해 하고

      그런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 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이크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 시집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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