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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그리스도의 세례 - 헤라르트 다비트

by 파스칼바이런 2014. 12. 18.

 

 

 

그리스도의 세례 - 헤라르트 다비트

1502-8년경, 127.9×96.6㎝, 흐로에닝헤 박물관, 브뤼헤

 

 

[말씀이 있는 그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분

 

헤라르트 다비트(Gerard David, 1460-1523)는 예수님이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는 장면을 세 폭 제단화로 제작한다. 요르단 강에서 받은 예수님의 세례는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드러냄과 동시에 구세주로서 공생활을 선포하는 사건이다.

 

이 그림은 세폭 제단화에서 중앙 패널부분이다. 화면 중심부에 두 손을 경건하게 모은 예수님의 몸은 르네상스 이상미를 나타낸다. 예수님은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하늘에는 성령의 비둘기와 성부 하느님이 인자하신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례 순간 성부 하느님은 마치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고 말씀하시며 팔을 벌려 외아들의 현존을 기쁨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성부 하느님과 성령의 비둘기, 예수 그리스도는 그림의 중심 세로축으로 삼위일체를 이룬다. 예수님-비둘기-성부 하느님은 정확하게 일직선상에 있다. 이는 예수님이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자 하느님의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무릎까지 물에 잠긴 상태로 서 있다. 오래된 그림에서는 예수님은 새로운 아담의 탄생이라는 의미로 거의 침수 상태의 나체로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예수님은 상반신 이상이 물 밖에 있으며, 허리에는 믿음의 색인 흰옷을 걸치고 있다. 예수님의 인간 모습(강생의 신비)은 인간이 원죄로부터 인성 회복의 가능성을 갖게 됐음을 뜻한다.

 

예수님 왼쪽에 화려하게 장식된 옷을 입은 천사는 손에 예수님의 옷을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예수님 세례 그림에서 인물 또는 천사의 현존은 세상 만물이 성자 예수님께 경외감으로 경배드림을 나타낸다. 천사들은 고대의 존경을 표시하는 몸짓처럼 자신들의 겉옷으로 손을 감싸거나 예수님께서 물에서 나오셨을 때 주님의 몸을 덮고자 옷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예수님 오른쪽에 요한 세례자는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자로, 유다 사막에서 은수자로 살았다. 그는 30세가 됐을 때부터 요르단 강가에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설교하며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다. 전통적으로 요한 세례자는 넝마 같은 짐승 가죽옷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 모양으로 표현된다. 그는 주님께 회개하는 삶으로 세속의 옷을 벗고 고행의 상징인 짐승 가죽옷을 입은 것이다. 또한, 요한 세례자의 상징물로는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나 어린 양이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요한은 넝마 옷은 아니지만 무릎을 꿇어 낮은 자세로 예수님께 손으로 물을 부으며 세례를 주고 있다.

 

예수님의 뒤로 왼쪽에는 요한 세례자가 광야에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방금 세례 받은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인 예수님이 소개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자연 풍경은 중앙 요르단 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과 도시, 멀리 모든 등장인물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중앙 예수님과 함께 일치를 이룬다. 신성하기까지 한 풍경 속에서 하느님 음성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동이 틀 때 떠오르는 태양은 놀라운 도구가 되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위업을 선포한다.”(집회 43,2)

 

[2014년 12월 7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