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성미술로 보는 주님 공현 대축일

by 파스칼바이런 2015. 1. 11.

성미술로 보는 주님 공현 대축일

시대를 넘어 모든 이 비추는 아기예수의 ‘빛’

발행일 : 2015-01-04 [제2926호, 13면]

 

 

초기교회 작품 ‘박사들’ 부각

르네상스 시대는 각 선물에

‘존경·대사제·부활’ 뜻 담아

‘성모와 아기예수’ 강조한

한국 작품들도 흥미로워

 

동방박사들이 세상의 구세주인 아기예수를 찾아 경배하고 예물을 바친 주님 공현 대축일, 많은 예술가들은 이날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했을까.

아기예수와 마리아, 요셉, 목동들, 가축들, 동방박사들이 함께하는 ‘구세주 탄생의 장면’은 다시 보아도 감격스럽다. 홍희기 큐레이터(갤러리1898)가 꼽은 주님 공현 대축일의 모습,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는 시대를 넘어 어둠 가운데 서있는 모든 이들을 여전히 비추고 있다.

 

 

초기교회의 동방박사 모습

 

4세기경 프리실리아 카타콤바의 프레스코화 ‘경배’와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의 모자이크 ‘세 명의 동방박사’는 동방박사를 강조한다. 동방박사들에 대한 인원수나 출신 등과 관련해 성경은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경배’ 이미지는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고 옥좌에 앉아 있고, 동방박사 세 사람이 선물을 들고 성모자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예물이 세 가지였으므로 세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6세기에 이르면 이들의 이름은 멜키오르, 가스파르, 발타사르로 나타난다.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의 모자이크에는 이들의 모습이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동방에서 온 사람들처럼 페르시아풍으로 모자와 튜닉, 레깅스, 망토 등을 입고 있으며, 수염을 통해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가스파르는 하얀 수염의 노인이며, 가운데 멜키오르는 수염이 없어 청년, 발타사르는 갈색 수염의 중년 모습을 하고 있다.

 

▲ 프리실리아 카타콤바의 프레스코화 ‘경배’.

 

▲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의 모자이크 ‘세 명의 동방박사’.

 

 

르네상스시대의 동방박사

 

16세기 플랑드르(벨기에와 네덜란드 일부지역)의 대표화가 브뤼헬(Pieter Bruegel, 1525~1569)은 ‘동방박사의 경배’를 통해 동방박사 세 사람이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에게 황금과 유황, 몰약을 선물로 바치는 장면을 그린다. 선물은 저마다 의미를 갖는데 황금은 존경을, 유황은 대사제임을, 몰약은 죽은 이들에게 바르는 약으로 죽음을 이긴 분임을 나타낸다. 검은 옷을 입은 시종과 붉은 옷을 입고 몰약을 든 동방박사와 흑인 동방박사가 사선 구도를 이루며 위치해있다. 두 사선이 교차된 중심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가 있다. 창과 활을 든 군인은 베들레헴에서 곧 벌어질 학살을 암시하고, 요셉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사람과 심각하게 듣고 있는 요셉의 표정은 앞으로 닥칠 고난과 위기를 짐작하도록 한다.

 

▲ 브뤼헬 작 ‘동방박사의 경배’.

 

 

한국 화가들이 그린 동방박사

 

김정자(마리스텔라) 화백은 오랫동안 서울 명동성당에서 성서백주간 성경봉사를 진행하면서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김 화백이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는 한국화로 표현된 주님 공현 모습의 대표적 성화다. 쉽고 단순하게 상황을 보여주는 이 그림은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게 한다. 그림에 나타나는 ‘집 안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은 ‘교회’의 모습이다.

 

이춘만(크리스티나) 화백의 콜라주 작품 ‘모두 와서 경배하세(Venite Adoremus)’는 ‘상징언어’로 표현된다. 찬미찬송을 상징하는 천사,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는 하느님의 평화와 예언을 나타내는데, 그리스도가 우리를 이끌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작가는 모든 능력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성령을 대단히 중요하게 표현한다. 이 작품의 중심은 물론 성모와 예수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우리 신앙의 대표적 상징인 성모와 사랑의 상징인 아기예수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성모와 아기예수의 빛을 하트모양으로 묘사해 지상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성모와 아기예수의 화려한 색채 의상은 좀 더 아름답게 묘사하고 싶은 작가의 사랑과 경배의 반영이다. 반면, 황금과 유약과 몰약을 갖고 방문한 동방박사는 좀 더 작게 표현해 성모와 우리에게 오신 아기예수의 상징을 부각시킨다. 작가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기호 중 하나인 큰 손은 오늘, 나눔, 창조의 상징이며, 빈손은 무소유, 평화의 상징인데 이 작품에서도 그만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전체적으로 이들 각각의 상징적 이미지들은 화려한 색채와 함께 강한 드로잉선으로 통합돼 콜라주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을 준다.

 

▲ 김정자 작 ‘동방박사의 경배’.

 

▲ 이춘만 작 ‘모두 와서 경배하세’.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