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과 안드레아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는 요한 세례자 - 도메니키노
1623-28, 프레스코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로마
[말씀이 있는 그림] 예수님의 첫 제자들
볼로냐 출신의 화가인 도메니키노(Domenichino, 본명: Domenico Zampieri, 1581-1641)는 주로 장식적인 프레스코로 명성을 떨쳤다. 도메니키노는 풍경화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며, 후에 클로드 로랭과 니콜라 푸생의 풍경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은 성경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풍경화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그림은 도메니키노가 로마에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의 앱스(apse, 성당 제단 끝에 있는 반원형 또는 다각형 공간)에 안드레아 성인에 관한 일대기를 프레스코화로 제작한 것 가운데 하나이다. 요한 세례자의 두 제자인 요한과 안드레아가 예수님을 처음 만나는 이야기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은 바위에 앉은 요한 세례자가 두 제자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는 모습이 명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이 그림에서는 고요한 풍경도 눈에 띈다. 부드러운 색채는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빛은 차분하게 절제된 효과를 더해준다. 원경(遠景)에는 섬세하게 혼합된 초록색과 파란색이 어렴풋하게 산의 부드러운 형태를 이루고 있다. 중경(中景)에는 잎이 무성한 나무 뒤에 건장한 모습의 예수님이 서 계신다. 그리고 근경(近景)에는 화가의 자연광선에 대한 이해력을 드러내 보이듯 빛의 효과를 등장인물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요한 세례자의 모습은 고전적 아름다운 신체를 지닌 모습으로 묘사돼 있으며, 인물들의 옷에서 보이는 세부 묘사는 도메니키노의 뛰어난 솜씨와 노련한 구성 능력을 보여준다. 붉은 옷을 걸친 요한 세례자는 오른팔을 들어 그의 제자인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며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라고 외치고 있다. 이 구절은 요한 세례자의 발아래 어린양의 모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요한 세례자는 흐트러진 머리 모양에 넝마 같은 짐승의 털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상징물로는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나 어린양이 있다. 이 그림에서 요한 세례자의 묘사는 넝마를 입고 갈대 십자가를 들고 있지만, 화가의 고전적 화풍이 담겨 있어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요한 세례자 망토의 붉은색은 그의 순교를 상징한다.
오른쪽 두 제자, 요한과 안드레아는 예수님과의 첫 만남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 놀란 모습이다. 푸른색 망토를 입은 요한은 안드레아에게 빨리 예수님께 가자고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예수님께서 길을 걷고 있다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계신다. 하늘의 천사가 두 제자를 예수님께 인도하고 있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1) 하늘의 천사는 이제 제자들이 예수님을 통해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알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에게 하늘의 신비를 알려줄 것이다. 요한 세례자를 따르던 두 제자는 이제 새로운 스승을 따르기 위해 그를 떠나게 된다. 요한과 안드레아는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요한 1,39) 유다인들은 날이 저물 때 새날을 시작하기 때문에 요한과 안드레아에게는 예수님과 함께 밤을 보낸 시간은 새로운 날의 시작인 것이다. 무성한 나무와 푸른 하늘은 예수님에 의해 새로운 날이 펼쳐질 것을 드러낸다.
“그들은 어린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는 이들입니다.”(묵시 14,4)
[2015년 1월 18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