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변모 - 비잔틴 모자이크 장인
565-566, 모자이크화, 성 카타리나 수도원, 시나이
[말씀이 있는 그림] 하느님의 영광의 빛
성 카타리나 수도원 성당 앱스(Apse)에는 <그리스도의 변모> 장면이 모자이크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는 하얀색 옷을 입고 만돌라(mandola, 아몬드 모양으로 전신을 뒤에서 비추는 후광의 일종)를 배경으로 예수님이 서 있다. 황금의 대지에 방사되는 광선은 그림 오른쪽에 모세, 왼쪽에 엘리야, 그리고 아래에 있는 세 사도 요한, 베드로, 야고보에게까지 퍼져나간다. 그 주위 둥근 반원 위쪽 띠에는 열두 제자들이 그려져 있고, 아래쪽 띠 가운데 중심에는 다윗 왕을 배치하고 그 양쪽으로는 16명의 예언자가 둘러싸여 있다. 열두 제자에는 배반자 유다 대신 그 자리에 바오로와 타대오 그리고 마티아가 포함되어 있다. 위와 아래 띠가 만나는 부분에는 수도원장 롱기누스와 부제 성 요안네스가 그려져 있다. 좌우 대칭과 강한 중심축을 지닌 구성은 작품에 균형감과 무게감을 준다.
반원형 돔에는 예수님을 중심축으로 하느님의 어린양 – 십자가 – 예수님 - 예수님의 인간적 선조인 다윗 왕이 자리하고 있다. 이 배열에서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을 찾아볼 수 있다. 수직의 양 끝에 어린양과 다윗 왕은 인성의 표현이다. 예수님께서는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고”(로마 1,3),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의 죽음을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설명한다. 예수님의 인간적 혈통을 상기시켜주며 어린양과 함께 예수님의 인성을 드러낸다. 신성의 표현은 예수님이다.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빛으로”(2코린 4,6) 예수님은 만돌라(아몬드 - 편도나무)를 뒤쪽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몬드 꽃은 겨울이 채 가기 전에 봄의 선구자로서, 마치 죽은 것 같은 나무에서 갑자기 꽃이 활짝 피어난다.
편도나무는 불사의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이며, 하느님 말씀은 이루어진다는 약속의 표징이다.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예레 1,11) 또한 예수님을 둘러싼 만돌라는 성스러움과 영광을 상징하는 공간이며, 빛의 근원인 태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 개 층으로 나누어진 만돌라는 중심부로 갈수록 어둡다. 하느님의 빛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신비의 빛이다. 빛의 근원인 만돌라의 중심부는 어둡지만, 빛의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시각으로는 알 수 없는 어둠으로 인식되는 강한 빛이 보인다. 예수님의 몸에서 초자연적인 빛이 발산되는 느낌이다.
예수님 양옆에는 모세와 엘리야가 서 있다. 구약이 신약과 만나는 순간이다. 율법의 공표자인 모세와 예언자의 으뜸인 엘리야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율법을 주시고 예언자들을 보내신 그리스도 자신의 빛을 받고 있다. 모세와 엘리야의 출현은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완성하러 오신 분이며, 고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의 영광을 얻게 될 것을 가리킨다. 예수님 아래 세 제자는 놀라워하고 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 손을 들고 있는 왼쪽의 요한과 오른쪽 야고보의 얼굴은 예수님을 향하고 있으나 몸은 예수님의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베드로는 예수의 발아래 엎드린 채 오른손은 생각에 잠긴 듯 턱을 괴고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들은 예수님의 변모에 거룩한 영적체험을 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예수님의 변모는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누리실 것을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시고자 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변모에서 보여준 빛과 영광은 하느님께서 예수님과 그분을 믿는 모든 이에게 베푸실 영광의 표징인 것이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시편 27,1)
[2015년 3월 1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