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의심 -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
1308-11년, 목판에 템페라, 55,5x50,5cm, 시에나 대성당 박물관, 이탈리아
[말씀이 있는 그림] 의심을 품은 믿음
중세 이탈리아 화단의 거장 두치오(Duccio di Buoninsegna, 1255-1319)는 극히 소수의 그림만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잘 알려진 <마에스타 Maesta> 제단화가 있다. 이것은 시에나 대성당의 중앙 제단에 걸기 위해 제작되었고, 그 뒷면에는 38개의 성경 속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중 한 패널인 <토마스의 의심> 장면이다.
성경에서는 토마스가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에 정말 손을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화가들은 ‘토마스의 의심’ 도상(圖像)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표현하곤 한다. 그 유형으로는 예수님이 다른 한 손으로 직접 옷깃을 걷어 내는 장면이나 예수님이 자신의 옆구리 상처를 손으로 가리켜 보이는 장면, 그리고 예수님이 토마스의 손을 자신의 옆구리 상처 속으로 집어넣도록 잡아당기는 듯한 장면이 있다. 이 그림은 예수님께서 왼손으로 직접 옷깃을 걷어 올리시고 토마스에게 자기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옆구리를 보여주고 계신다.
예수님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오른팔을 높이 든 채, 왼손으로 옷깃을 잡아 올리면서까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예수님의 왼쪽 손등과 발등에는 십자가의 흔적인 못 자국이 선명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몸은 죽음의 승리자답게 당당한 모습으로 십자가의 상처를 통해 자신의 부활을 믿도록 증명하고 계신다. 반면, 토마스는 두려움에 떨면서 예수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앞에 두고 의심하는 모습이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대긴 하지만 무엇인가 주저하는 그의 동작은 약하고 우유부단한 믿음과 예수님의 부활이 실제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제자들도 토마스만큼이나 놀라고 진지한 표정이다. 이러한 제자에게 예수님께서는 사랑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주고 계신다.
또한 화가 두치오는 부활한 예수님의 의상을 흰색(수의)으로 나타내지 않고 붉은색 튜닉에 짙은 푸른색 망토로 그리고 있다. 붉은색 튜닉은 예수님의 수난과 희생을 의미하고, 푸른색 망토는 하늘의 빛으로 신성함을 뜻한다. 화가는 토마스가 예수님이 유령이 아니라 부활한 분이심을 믿는 것처럼, 예수님의 인간적이고 신적인 면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배경에 그려진 지붕은 이 공간이 실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그 날 밤에 방에 모여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토마스는 예수님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그분의 부활을 믿게 된다. 닫힌 문은 불신과 믿음의 부족, 더 나아가 닫혀있는 사람의 마음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닫힌 문으로 들어오신다. 예수님은 직접 제자들에게 다가오셔서 옆구리와 손의 상처로 제자들의 닫힌 문을 열어 그들이 절망과 불신의 믿음에서 완전한 믿음을 드러내게 하신다. 예수님의 사랑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완전한 믿음을 주기 위해 그들의 마음 깊게 숨겨진 곳까지 이른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요한 20, 28)
[2015년 4월 12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