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1)

얼굴 반찬

by 파스칼바이런 2015. 6. 11.

얼굴 반찬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공광규 / '말똥 한 덩이'에서 -

 

 


 

 

공광규 (시인)

출생 : 1960년 6월 15일 (만 54세)충남 청양군
학력 : 동국대학교 국문과
데뷔 : 1986년 동서문학 '저녁1' 등단
수상 : 2009 제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좋은글 모음> > ◇ 좋은글모음(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소중한 물건  (0) 2015.06.19
어느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0) 2015.06.15
마음이 마음을 만날 때  (0) 2015.06.06
잡초의 의미  (0) 2015.06.02
인생의 배낭 속에는  (0) 201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