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반찬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공광규 / '말똥 한 덩이'에서 -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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