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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그리스도의 세례 - 조반니 벨리니

by 파스칼바이런 2016. 1. 15.

 

 

그리스도의 세례 - 조반니 벨리니

1501년경, 400×263㎝, 산타 코로나 성당, 비첸차, 이탈리아

 

 

[말씀이 있는 그림]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아들의 세례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도시인 비첸차의 영주 잔바티스타 그라지아니 가르자도리는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하던 중, 요르단 강을 건너면서 위험한 순례를 무사히 마치면 자신의 수호성인인 요한 세례자를 위해 경당을 봉헌할 것이라 다짐했다. 예루살렘에서 안전하게 돌아온 가르자도리는 맹세한 대로 요한 세례자를 위해 성당 내에 소제대 경당을 세우고 그곳을 자신과 가족의 무덤으로 쓴다.

 

조반니 벨리니(1430?~1516)는 그라지아니 가문을 위해 만들어진 소제대 제대화에 ‘그리스도의 세례’ 장면을 제작했다. 두 손을 경건하게 가슴에 모은 예수님과 팔짱을 끼듯 엇잡은 예수님의 손, 그리고 요한 세례자가 잡은 그릇에서 떨어지는 물, 비둘기, 성부 하느님이 일직선 상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예수님이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자 하느님의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요한은 예수님의 머리 위에 물을 부어 세례를 주고 있다. 흐트러진 머리의 요한은 왼손에는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와 “Ecce Agnus Dei”(보라, 하느님의 어린양)라고 쓴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그리스도의 세례’ 장면에서 일반적으로 요한은 예수님보다 조금 위에 위치한다. 이 작품에서도 요한은 예수님보다 높이 서 있다. 그러나 그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굽혀 예수님에게 순종한다는 뜻을 드러낸다.

 

하늘에는 성령의 비둘기와 성부 하느님이 나타난다. 세례의 순간에 성부 하느님은 마치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라고 말씀하시며 팔을 벌려 외아들의 현존을 기쁨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성부 하느님과 성령의 비둘기, 예수 그리스도는 그림의 중심부에서 세로축으로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러한 삼위일체 상징은 요한의 발아래 토끼풀에서도 알 수 있다. 하나의 줄기에서 세 잎이 돋아난 토끼풀은 삼위일체를 상징한다. 그림의 전경에 위치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붉은 털과 회녹색 날개의 앵무새는 일반적으로 설교가와 같은 ‘웅변의 상징’을 나타낸다. 앵무새는 “회개하여라.”고 외치며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말하는 요한의 설교를 강조하기 위해 그려졌다. 앵무새는 요한 세례자의 설교를 자연의 깊은 곳까지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림 왼쪽에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던(창세 18,1) 주님을 상기시키듯 떡갈나무 아래에 세 인물이 보인다. 베네치아 회화의 영향을 받은 벨리니는 아름답고 우아한 세 인물을 서로 다른 색의 의상과 포즈로 묘사한다. 이들은 신학적인 삼덕, 곧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상징한다. 이들 중 두 인물은 예수님이 벗어 놓은 옷을 들고 있고, 가운데 인물은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다. 이 동작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냈고, 하느님과 같은 본성이신 예수님이 자신을 낮추고 완전히 비우는 케노시스(Kenosis, 자기를 비움)의 겸손을 실천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세례 의미는 모두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류의 종이 되시고자 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아들이며,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순종하는 종이 되셨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22,27)

 

[2016년 1월 10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