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판관 이야기 (2)
첫판관 오트니엘(Othniel)은 칼렙의 동생인 크나즈의 아들이었다(판관 3,10). 조카인 셈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딸 악사(Aksa)와 혼인했기에 사위도 되었다(여호 15,17). 유목사회에서 근친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정착한 이스라엘은 토속 문화에 쉽게 빠져든다. 여호수아가 죽자 이 흐름은 빨라진다. 가나안 문화는 히브리인에겐 늘 매력이었다. 풍요와 다산을 주제로 한 쾌락문화였기 때문이다. 예언자들이 경계했던 우상숭배의 본질이다. 결과는 언제나 이민족 지배라는 보속이었다.
오트니엘 이야기는 아람 나하라임(Aram-Naharaim)왕이 이스라엘을 정복하고 8년간 착취했다는 기록으로 시작한다(판관 3,8). 아람 나하라임은 메소포타미아 북부지역으로 아브라함이 초기에 머물렀던 곳이다(창세 24,10). 백성들은 뉘우치며 고통 속에서 구원을 갈구한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인물이 오트니엘이다. 주님께서 그를 택하시고 힘을 주셨던 것이다. 오트니엘은 민족을 구하고 판관으로 살아간다. 그의 치세 40년간은 평화가 유지되었다.
두 번째 판관은 에훗(Ehud)이다. 벤야민 지파로 왼손잡이였다. 고대 사회에서 왼쪽은 죽음과 연관된다. 태양이 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서방정토는 죽음 뒤의 서쪽이란 말이다. 성경의 최후심판도 왼쪽에 있던 이들을 지옥으로 보낸다(마태 25,41). 중세기사는 왼쪽 다리를 굽히며 절할 수 없었다. 이렇듯 왼손잡이는 편견 속에서 차별받았다. 그런데 에훗은 핸디캡을 딛고 당당히 판관으로 나선다. 하느님께서 부르셨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모압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판관기는 야자나무 성읍을 뺏겼다고 표현한다(판관 3,13). 오아시스가 있는 요충지를 강탈당한 것이다. 물론 우상에 빠진 보속이었다. 가나안 문화에 젖어 야훼신앙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에훗은 주님의 힘을 받아 모압 임금 에글론을 대담하게 살해한다. 모압 족을 몰아낸 뒤에는 80년간 평화를 지켰다.
세 번째 판관은 삼가르(Shamgar)다. 그에 관한 기록은 4장 31절이 전부다. 소몰이막대로 필리스티아인 육백 명을 죽이고 민족을 구했다는 내용이다. 드보라 노래에선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삼가르 시대에 상인은 끊기고 사람들은 큰길로 못 다녔다는 것이다(판관 5,6-7). 드보라의 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록을 축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필리스티아인은 히브리인과 끝까지 싸웠고 한 번도 정복당하지 않은 이방인이었다. 그런 용사 600명을 막대기 하나로 제거한 삼가르였다.
[2016년 7월 17일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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