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 친구의 쩍말없는 연주곡을 자신은 연주하지 않은 까닭 코메디닷컴 | 2016.08.01 09:31
지난주에 이 위대한 음악가의 연주곡을 소개했지요? 1997년 오늘(8월 1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20세기를 울린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가 눈을 감았습니다.
리히테르는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워 혼자서 연습하다 22살에 하인리히 네이가우스의 제자가 되면서 ‘정통 음악 세계’에 들어온 늦깎이 피아니스트이지요. 하루 최소 3시간 연습하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박힌다고 여긴 연습벌레였습니다. 음악의 자존심도 유명했습니다. 공연 연주곡을 즉흥적으로 고르는가 하면 연주에 집중케 하기 위해서 조명을 어둡게 했습니다. 앙코르, 인터뷰는 사절했지요.
리히테르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모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벤자민 브리튼,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등과의 음악적 교류로 유명하지만, 특히 네이가우스에게서 동문수학한 에밀 길렐스와의 우정은 각별합니다.
‘철의 장막’이 소련을 덮고 있던 1950년대 중반 먼저 미국에 진출한 길렐스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자, “(나보다 더 뛰어난) 리히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지요. 마침내 1960년 10월 15일 리히테르가 시카고에서 에리히 라인스도르프가 지휘하는 시카고 교향악단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자 미국 음악계는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리히테르는 평생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녹음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길렐스가 완벽하게 연주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리히테르는 또 프로코피예프 3번을 무척 좋아했는데 길렐스의 연주가 쩍말없이 훌륭했기 때문에 자신은 평생 그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길렐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생상스 피아노협주곡 4번 등을 연주하지 않았는데, 리히테르 이상으로 잘 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네요. 길렐스는 1985년 모스크바에서 건강검진을 받다 갑자기 숨집니다. 리히테르는 의료사고라며 흥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길렐스가 이전부터 심장병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리히테르는 12년 뒤 난청과 우울증으로 고생하가 길렐스의 뒤를 따라가는데, 그의 사인도 심장병이었습니다.
함께 놀 사람은 많지만, 친구는 드문 시대에 리히테르와 길렐스의 우정은 ‘친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줍니다. 여러분은 나이를 떠나,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친구가 몇 명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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