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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성경의 세계] 사울 이야기 (1)

by 파스칼바이런 2016. 9. 29.

[성경의 세계] 사울 이야기 (1)

 

 

 

 

사울은 이스라엘 첫 임금이다. 사무엘기 상권 9장에 기록이 등장한다. 벤야민 지파로 잘생긴 젊은이였다. 이스라엘 가운데 그처럼 잘 생긴 사람은 없었다고 전한다(1사무 9,2). 키도 컸다. 보통사람 어깨 위만큼 더 컸다. 꽃미남에 큰 신장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 그런 신체조건이면 대부분 군인의 길을 걸었다. 사울 역시 이스라엘 임금이 되지만 일생을 필리스티아인과 싸우면서 보내야 했다.

사울이 성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다.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질적인 두 사료가 함께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제비뽑기를 통한 등장이다
(1사무 10,21). 두 번째는 아버지 명령으로 암나귀를 찾다가 사무엘을 만나는 내용이다. 제비뽑기로 왕이 되었다는 전승(傳承)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판관 시대부터 이스라엘은 12지파 연합체로 존속해오고 있었다. 이민족 침입에는 지파끼리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파는 독립된 부족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군대를 움직이는 왕의 선택은 모든 지파가 참여하는 조건이어야 했다. 제비뽑기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역사적 사건의 주관자는 사무엘이었다. 당시 판관이었고 예언자로 추앙받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보이지 않는 후견인은 주님이셨다. 그런데 사울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벤야민지파 역시 주도세력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불평이 터졌다. 이 친구가 어떻게 우리를 구할 수 있으랴?
(1사무 10,27) 당시의 불만을 알려주는 표현이다. 결국 이런 분위기가 유다지파 다윗을 다시 왕으로 선택케 했다. 사울이 사무엘과의 반목으로 왕위를 떠났다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봐야 한다.

왕이 된 사울은 지파들의 불만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야베스 길앗 주민들이 암몬족에 포위되어 항복할 처지가 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사울은 군대를 소집해 암몬군을 무찔렀다. 주님의 영이 함께 하셨던 것이다. 야베스 주민들은 감격한다. 사울이 왕이 될 수 있겠냐고 했던 자들이 누굽니까? 죽여 버리겠습니다
(1사무 11,12). 분위기는 사울 쪽으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사무엘은 백성을 모아 길갈에서 사울을 왕으로 공식 선언한다. 길갈은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을 건넌 뒤 첫 할례를 행한 성지였다. 훗날 사울이 길보아 전투에서 죽었을 때 시신을 수습해 장사 지내준 이들은 야베스 길앗 주민들이었다(1사무 31,12).

 

[2016년 9월 25일 연중 제26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