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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2016 세계교회 결산] 테러·박해로 눈물 흘렸지만 ‘하느님의 자비’에 눈떠

by 파스칼바이런 2016. 12. 27.

[2016 세계교회 결산]

테러·박해로 눈물 흘렸지만 ‘하느님의 자비’에 눈떠

평화신문 2016. 12. 25발행 [1395호]

 

 

▲ “희년 성문은 닫히지만, 가난한 형제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0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자비의 희년 성문을 닫고 있다.

 

▲ 지난 4월 교황청 전세기를 타고 로마에 도착한 난민들이 먼저 내려 기다리고 있던 교황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10월 30일 이슬람 국가(IS)로부터 해방된 이라크 모술 카라쿼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성당. 한 남성이 파괴된 성당에서 임시 제대를 만들어 주일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 동서방 교회 대분열 후 거의 1000년 만인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만나 포옹하고 있다.

 

▲ 제31차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들이 대형 십자가와 자국기를 들고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2016년은 주변부에 있던 자비의 개념을 교회 생활의 정중앙으로 옮겨온 해였다. 세계 교회는 올 한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살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새롭게 눈을 떴다.

 

▨ 자비의 특별 희년

 

우리는 그동안 하느님의 다양한 속성 가운데 ‘자비하심’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세계적 신학자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신·구약의 중심 메시지는 하느님의 자비”라며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사전이나 신학교 교재에 아예 빠져 있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주변부에서 짧게 취급되고 있었다”는 반성을 쏟아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한 취지는 하느님은 우리를 심판하고 벌하기에 앞서, 끝없이 용서하며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분이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하느님의 자비로운 얼굴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자 했다.

 

세계 교회는 교황의 뜻에 따라 올해 순례지 희년 성문 통과와 고해성사, 주님을 위한 24시간 기도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님의 자비를 체험했다. 자비로운 주님의 얼굴을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데도 힘을 쏟았다.

 

교회 내적으로는 교황이 전통적으로 남성만 참여해 온 주님 만찬 성 목요일 미사의 발씻김 예식에 여성도 참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세계 교회는 결혼과 가정생활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하루빨리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정상적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혼인 무효 소송 절차를 간소화했다.

 

전통적인 자선을 넘어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활동도 급격히 증가했다. 교황 자신부터 월 1회 ‘자비의 금요일’을 정해 놓고 난민 시설과 아동병원, 행려자 숙소와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 등 주님의 자비를 더욱 갈망하는 이들을 찾아다녔다. 또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 수녀를 9월 4일 성인으로 선포하고 빈자의 어머니를 ‘자비의 아이콘’으로 내세웠다.

 

지난 4월 중동 난민들이 모여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전격 방문하고, 그곳에서 난민 세 가족 12명을 전세기에 태워 바티칸으로 돌아온 자비의 실천은 국제사회의 난민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의 문을 걸어 닫으려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교황은 희년 성문을 닫는 예식을 며칠 앞둔 11월 13일 “희년 성문은 닫히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형제자매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열려 있어야 한다”며 주님의 자비를 쉼 없이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 테러와 차별 박해

 

아울러 세계 교회는 올해 차별과 박해로 고통받는 형제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통적인 이슬람 영토 안에서 많은 그리스도인이 눈먼 극단주의의 희생양이 됐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던 8월, 알레포에서 들려온 가르멜 여자 수도원 수녀들의 결연한 전화 목소리에 그리스도인들은 기도로 응원했다.

 

“16만 명에 달했던 알레포 그리스도인이 4만 명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피난 갈 형편조차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 곁에 남겠다.”

 

또 예멘 아덴시에 있는 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사랑의 선교수녀회 수녀 4명을 포함해 16명이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3월 4일)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이 광기(狂氣)에 교황은 “비이성적이고 악마적인 폭력”이라며 가슴을 쳤다.

 

특히 지난여름 프랑스 북부에 있는 한 시골 성당에서 86세 노(老) 사제가 미사 중 이슬람 테러 조직 추종자들에게 살해당한 사건(7월 26일)은 가톨릭 교회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교황도 테러 발생 이튿날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과 무고한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희생됐는가)”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교황은 지난 11월에도 “폭력과 갈등, 납치와 테러, 살인과 파괴에 관한 소식을 듣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하루도 없다”며 “모든 종교인은 목적 없는 갈등과 닫힌 마음을 거부하고 대화로 향하는 길에 올라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 세계청년대회와 세계 주교 시노드

 

올해 굵직한 행사로는 여름에 전 세계 300만 청년들이 폴란드의 고도(古都) 크라쿠프에 모여 신앙과 젊음을 나눈 제31차 세계청년대회가 있었다. ‘가정’을 주제로 2014, 2015년 잇따라 열린 세계 주교 시노드의 결실로 교황청에 평신도가정생명 부서가 신설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 교황, 지구촌 곳곳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도 자신의 양 떼와 타 종교 공동체를 찾아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멕시코(2월), 아르메니아(6월), 폴란드(7월), 조지아ㆍ아제르바이잔(9월) 등을 사목 방문했다. 지난 2월에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와 마주앉아 ‘1000년 만의 만남과 화해’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10월에는 스웨덴 세계 루터교 연맹 주관으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 기도회에 참석해 “우린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며 일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