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이 알고 있지 / 류시화
시인 류시화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야 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더 고개를 쳐들어야 사람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일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산은 바다가 될까?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사람들은 자유로워질까? 얼마나 더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안 보이는 척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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