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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전하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4.

[생활속의 복음]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전하다

주님 성탄 대축일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19.12.25 발행 [1544호]

 

 

▲ 임상만 신부

 

 

오늘 복음에서 루카 복음사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나는 로마 황제로부터 세금 부과를 위한 호구 조사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난하고 초라한 목자들에게 전해진 구세주 탄생에 관한 소식이다.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루카 2,1.3.6-7)

 

이 둘은 역사적으로 같은 시기에 전해진 소식이지만 전자는 서민들에게 더 이상 숨 쉴 자리마저 허락하지 않는 절망적 소식이고, 후자는 그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희망의 기쁜 소식이었다.

 

간절히 바라던 것이 깨지면 매우 실망한다. 이 실망감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절망이 된다. 이스라엘이 그랬다. 끝없는 로마의 폭정과 탈취 그리고 유다 지도자들의 파렴치로 백성 모두가 고통과 절망감으로 몸부림쳤다. 이때 하느님은 희망의 기쁜 소식을 전하시며 당신 백성 모두를 어루만지신다.

 

“죄인들,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돈 없어 멸시받고 천대받는 사람들 모두 나에게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 이하) 이 기쁜 소식은 그동안 삶의 질고와 돌이킬 수 없는 절망감에 허덕이던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희망을 주었고, 버겁지만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찾게 하였다.

 

예수께 대한 희망은 예수 안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한다.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과 미래가 새롭게 잉태되고(마태 1,23), 우리의 삶과 역사는 ‘임마누엘’, 즉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시간 속에서 새로워진다. 이것이 임마누엘 신앙이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성탄의 참된 의미이다.

 

우리를 위해 강생하신 예수 안에서 과거의 생활, 관계, 소유 등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그러므로 예수 안에서 옛사람과 얽힌 모든 삶은 다 버려져야 한다. 대신 새로워지려는 마음, 새로워지겠다는 삶의 의지로 예수께서 태어나신 마구간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등 돌렸던 우리의 삶을 전환해야 한다.

 

파스칼은 “성탄절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하느님의 마지막 카드가 도착한 날”이라고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성탄은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이다. 그러기에 예수 탄생의 소식은 사랑이 메마르고 이기적 사랑이 판을 치는 이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의 메시지이다.

 

이 사랑은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그런 상호주의 사랑이 아니다. 아무것도 받을 자격이 없음에도 그냥 무조건 내려주는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이며, 희망과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게 하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이 선물이 얼마나 귀하고 필요한 것인지 성탄으로 시작하여 십자가의 죽음으로 이 사랑을 완성하신다.

 

올해 성탄절은 예수님을 비루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게 만든 옛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한다. 모든 사람에게 참 희망이 되시고 구원의 문을 열어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기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먼 길을 찾아 믿음의 황금과 기도의 유향 그리고 희생의 몰약을 예물로 드리며 경배한 동방박사의 모습으로, 일상의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예수의 탄생을 알리던 목자의 모습으로 아기 예수를 맞이하고 이 소식을 널리 알리는 새사람이기를 청해본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