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31.

[생활속의 복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주님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

임상만 신부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0.01.01 발행 [1545호]

 

 

▲ 임상만 신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만남’이란 노래의 첫머리 가사이다. 어느 자리에선가 이 노래를 수줍게 부르신 후, “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니지만, 진실한 바람이 있어야 그 만남이 열매를 맺게 되고 아니면 악연이 됩니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의 탄생을 전해 듣고는 서둘러 달려가 아기 예수를 만난 목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우연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목자들과 아기 예수와의 만남은 하느님께서 오랫동안 계획하여 준비하신 선물이다. 이들은 너무 가난하고 소박해서 때로는 진실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메시아가 곧 오실 것을 간절히 기다렸고 신실한 믿음으로 그 날을 준비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간절한 기다림과 인내로 얻어진 아기 예수와의 만남은 시므온과 안나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복음은 그들 모두가 이 만남으로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되었음을 전하고 있다. 아기 예수와의 만남 자체가 은총이고 선물이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신 하느님은 우리와의 만남도 원하시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가오신다. 그러나 우리가 남들보다 믿음이 깊고 흠결이 없기에 원하시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능력이나 지혜를 보고 다가오시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쓰시기에 길면 줄이시고, 짧으면 늘이시고, 부족하면 채워서 쓰시는 분이시기에 우리의 처지는 하느님의 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는 말로 하느님의 다가오심에 자신의 부족함으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단지 주님 앞에 마음을 열고 “마라나타! 오소서 주님”(묵시 22,20)하고 외치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하느님은 우리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고 있는지는 눈여겨보심은 알아야 한다. 바로 ‘순종’의 문제이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의 모범은 성모 마리아이시다.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를 만나서 은총의 말씀을 들었을 때, 자신이 수용하기 힘든 사명이었으나 즉시 순종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맡긴 이 응답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축복으로 이끌었고 그로써 우리는 구세주를 얻었다. 이처럼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운명적인 만남은 마리아의 진실한 바람과 헌신 그리고 즉각적인 순명으로 가능했다. 구원은 믿음으로 받고 능력은 간구함으로 얻지만, 축복은 순종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도 때때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에 순종하기를 요구받을 때가 있으나 대부분 세속적인 계산 후에 주님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돌아섬으로써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축복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이 모든 복이 내려 너희 위에 머무를 것이다”(신명 28,2)는 말씀처럼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면 그 축복은 우리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하느님과의 만남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하겠다. 물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여전히 고난과 핍박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 오신 주님께서 주실 상급만을 바라보고 믿음에 순종하여 살면 은총 충만한 새해를 주시리라 믿는다. 우리가 갖는 한해의 모든 만남이 믿음으로 진실하여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그분의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청해본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필리 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