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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카인과 아벨 (1)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5.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카인과 아벨 (1)

함원식 이사야 신부(인계 본당 주임)

 

 

형제 사이의 갈등 관계는 고대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성경에도 갈등 관계에 있는 많은 형제가 등장합니다. 카인과 아벨, 에사우와 야곱, 요셉과 형제들, 아비멜렉과 형제들, 암논과 압살롬 등입니다. 이 가운데 카인과 아벨의 갈등은 이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사건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창세기는 아담과 하와가 카인과 아벨을 낳았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외경 필립보 복음서는 카인이 뱀(사탄)과 하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카인은 본래 악한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래 악한 인간은 없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카인을 보호하는 표를 찍으신 하느님(창세기 4,15)은 악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외경 희년서는 카인과 아벨이 쌍둥이였다고 하는데, 이에 따르면 둘의 아버지가 다를 수 없습니다.

 

농부인 카인은 땅의 소출을, 양치기인 아벨은 양 떼 가운데 맏배들과 굳기름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카인의 제물이 아니라 아벨의 제물만을 즐겨 받으셨습니다. 창세기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그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설명이 시도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채식보다 육식을 즐기신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었고, 하느님이 농경민족(가나안 백성)보다 유목민족(이스라엘 백성)을 더 사랑하셨다는 말씀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맏아들이 아니었던 솔로몬의 왕위 계승을 정당화하기 위해 꼭 맏이가 다른 형제들에 비해 훌륭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라고 해석하기도 했고, 무엇이나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실 수 있는 하느님의 절대적인 자유를 드러내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카인이 바친 제물이 원죄로 저주받은 땅을 경작하여 얻은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고, 하느님의 가난한 이(유다 상속법에 따르면, 맏아들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두 배의 유산을 상속받기에, 아벨은 카인보다 가난합니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카인이 평소에도 아벨을 괴롭혔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의 제물을 기꺼워하지 않으셨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2020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가톨릭 안동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