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노아 (1) 함원식 이사야 신부(안계 본당 주임)
외경 에녹 1서는 노아가 눈보다 더 희고 장미보다 더 붉은 피부, 양털보다 더 흰 머리카락과 태양처럼 빛나는 눈을 갖고 태어났으며, 태어나자마자 하느님을 부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꿈란 문헌은 노아가 태어났을 때 그에게서 빛이 흘러나와 집을 가득 채웠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창세기는 노아를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인물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경건한 인물로 묘사합니다. 창세기에 따르면, 노아는 아담의 10대손으로 태어났으며, 그의 이름은 위로를 뜻합니다(창세 5,29). 노아는 의롭고 흠이 없었으며 하느님과 함께 살았습니다(창세 6,9). 이 마지막 표현은 직역하면 ‘하느님과 함께 걸었다’입니다. 노아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인생길을 걸었다는 의미입니다. 창세기 6,8은 모든 인간 가운데서 노아만이 유일하게 악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여기에 더해 신약성경의 2베드 2,5의 ‘의로움의 선포자’라는 표현은 노아가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회개하여 살아남도록 노력했음을 암시합니다.
제2 성전시대(신바빌로니아에 의해 파괴된 예루살렘 성전이 재건된 기원전 515년부터 로마에 의해 다시 파괴된 70년 사이)에 쓰인 많은 유다 문학 작품들이 ‘노아의 책’이 있었다고 하지만,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만일 그 책이 실제로 존재해서 우리에게 전해졌다면, 우리는 노아의 인물 됨됨이에 대해 훨씬 많이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대홍수겠지요. 창세기 6,7에서 하느님은 악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두고 ‘내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구나!’라고 한탄하십니다. 그리고 대홍수를 일으키겠다고 하십니다. 이 홍수가 세상을 악으로 물들인 인간들에 대한 하느님의 감정적인 대응으로 보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모습이 거슬린 요한 외경은 홍수를 일으킨 존재를 하느님이 아니라 하위신인 얄다바오트로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 6장 12절과 17절에 히브리어 샤햐트라는 같은 단어가 사용된 점(우리말 성경에는 각각 ‘타락하다’와 ‘없애 버리다’로 다르게 번역되었습니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들이 이미 스스로 샤하트하기로 결정했기에,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그대로 하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대홍수로 인한 인류 멸망의 책임은 인간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2020년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톨릭 안동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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