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1.

[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0.05.10 발행 [1563호]

 

 

▲ 임상만 신부

 

 

코로나19 감염 확산 중심에 유사종교 ‘신천지’가 자리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한동안 종교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로 인한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죄책감을 없애거나 복을 빌러 교회에 간다는 둥 그리스도인들을 반사회적이거나 이기적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왜곡하거나 의지가 나약한 사람들이 교회를 찾는다며 현실의 고통을 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물론 이런 말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공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맞는 내용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이 시간을 내어 교회에 나가고, 그들 나름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그곳에 길과 진리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라고 말씀하시며, 당신은 단지 사람들이 그 길에 이르는 것을 돕기 위한 안내판이 아니라 바로 그 ‘길’ 자체라고 선언하신다. 그리고 당신만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므로 엄한 곳에서 더 이상 헤매거나 근심하지 말고 당신을 믿고 따르라고 말씀하신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잡혀가시기 바로 직전, 매우 절박한 상황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것이다. 이들이 입으로는 목숨을 걸고 당신을 따르겠다고 장담하며 이구동성으로 소리치지만, 당신께서 잡혀가시고 나면 자기들이 가야 할 길도 모르고 방황하게 될 사람들이라는 것을 익히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런 제자들을 두고 가셔야 하기에 단호하게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요한 14,3)고 하셨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이제 다 끝장이 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지만, 사실은 이제 당신으로 인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당신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가 서게 될 것이니 의심하지 말고 당신을 믿으라는 말씀이다. 나아가 다가올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갖고 세상의 일에 대해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근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너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믿음으로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곧 길이다. 세상은 사방이 온통 위선과 사기와 거짓이 만연하겠지만, 너희는 나를 믿어라, 내가 곧 진리이다. 너희에게 죽음의 위협이 닥칠지라도 놀라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곧 생명이다’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길이며 진리이며 생명이신 예수님을 믿으면 누구나 구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어느 수도원 경당에 새겨져 있는 글이다. “네 삶이 불행해도 나를 원망하지 마라. 너는 나를 주님이라고 부르면서 네 주인으로 삼지 않았고, 나를 진리라고 하면서 내게 배우지 않았다. 너는 나를 빛이라고 하면서 나를 바라보지 않았고, 나를 길이라고 하면서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너는 나를 능력이라고 하면서 나를 의지하지 않았고, 나를 응답이라고 하면서 기도하지 않았다. 이제 모든 근심을 멈추고 오직 나를 바라보며 기도하라.”

 

세상에는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이신 예수님을 의지하며 그의 말씀을 따라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상에 속하여 있지만,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기에 세상의 어떤 역경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은 그들을 ‘그리스도인’이라 부른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사도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