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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아브라함 (1)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8.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아브라함 (1)

함원식 이사야 신부(안계 본당 주임)

 

 

하느님의 벗이라고까지 불린(2역대 20,7)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은 오늘날 이라크 땅에 있던 고대 수메르 도시 우르에서 태어났습니다. 창세기는 아브라함의 아버지 이름 테라만을 밝히고 있습니다만, 외경 희년서는 어머니의 이름 에드나도 함께 기록하고 있으며,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아브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하느님께서 이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어주십니다.

 

테라는 집안을 이끌고 우르를 떠나 오늘날 터키 땅에 있던 도시 하란으로 가는데(창세 11,31), 이 이동의 이유를 신앙 때문으로 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테라는 히브리어로 ‘테라흐’라 하는데, 달을 뜻하는 ‘야레아흐’에서 파생되었다고 추정합니다. 이것은 테라가 ‘그를 비롯한 조상들이 강 건너편에서 다른 신들을 섬겼다’라는 여호 24,2의 말씀처럼 달의 신을 숭배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이름입니다. 달의 신은 테라가 살던 우르의 주신(主神)이었습니다. 우르에서 발견된 달의 신 난나에게 봉헌된 거대한 신전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농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달의 신을 주신으로 섬긴 이유는 우르가 농업을 기반으로 형성된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3000년경의 ‘우르의 깃발’에는 소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르에서 기원전 8000년경 제작된 질그릇이 발굴되었는데, 이것은 곡물을 저장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다 전승도 테라가 우상을 숭배했다고 합니다. 한 전승에 따르면, 테라는 하느님을 멀리하고 우상을 조각해서 생계를 꾸렸습니다. 하느님을 믿던 아브라함은 반대했지만 테라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아브라함이 집에 혼자 있을 때 도끼로 우상 조각들을 모두 부수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분노한 테라가 아브라함을 불 속에 집어넣었는데, 그가 불길 속에서도 무사한 것을 보고 회개하여 다시 하느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 전승은 성경이 밝히지 않는 테라가 우르를 떠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회개한 테라가 우상과 완전히 결별하기 위해 달의 신이 다스리는 도시 우르를 떠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하란에도 달의 신을 섬기는 거대한 신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르와 하란 사이에는 여러 도시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달의 신을 주신으로 섬기는 도시는 없었음이 수메르어로 기록된 점토판의 발굴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르를 떠난 테라는 하필이면 달의 신을 섬기는 하란으로 간 것입니다. 그리고 테라는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에 따라 가나안으로 떠날 때도 함께 가지 않고 하란에 남았습니다.

 

[2020년 5월 31일 성령 강림 대축일(청소년 주일) 가톨릭안동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