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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천국 문이 열려야 세상 문도 열린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4.

[생활속의 복음] 천국 문이 열려야 세상 문도 열린다

연중 제21주일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0.08.23 발행 [1577호]

 

 

▲ 임상만 신부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마태 16,13)

 

카이사리아 필리피는 헤로데가 로마의 황제 카이사리아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이 도시 중심에 황제의 신전을 높이 세우고 숭배를 강요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이곳에 오시어 산 중턱에 높이 세워진 황제 동상과 그 맞은편에 나란히 서 있는 바알 신상을 바라보시며 함께 있던 제자들에게 물으신다.

 

“내가 너희에게 누구냐? 사람들은 살아있는 권력, 로마 황제를 신으로 섬기거나 아니면 물질과 부요의 상징인 바알을 신으로 섬긴다. 그렇다면 너희에게는 내가 누구냐? 너희 인생의 주인은 누구냐?”하고 물어보신 것이다.

 

요즘 10대들은 미래 희망이 아이돌 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나와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욕망은 10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타고난 본능이다. 그래서 이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 당시 사람들도 황제와 바알 신전에 나아가 숭배하며 청하면 원하는 욕망을 다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신전 앞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시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너에게 누구냐?’

 

베드로가 앞으로 나와서 말한다.“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 베드로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선택했다. 예수님을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의 단답형이 아니라 로마 황제나 바알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예수님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에서 나머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세상 권력인 황제도, 부의 상징인 바알도 버리고 다만 예수님을 선택한 것이다.

 

베드로의 선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마태 16,17)라는 말씀으로 베드로가 예수님을 선택할 때 하느님께서 큰 은혜를 주셨다고 알려주신다. 그것은 로마 황제보다, 바알 신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신 것이고, 성령의 역사하심을 통하여 사람의 이성이나 지혜로서는 하기 힘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우셨다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내가 여러분에게 일러둡니다. 하느님의 영에 힘입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예수는 저주를 받아라’ 할 수 없고,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라고 한다. 이 말은 누구든지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예수님을 주님이시다고 고백할 수 없기에 예수님께 신앙을 고백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성령의 은총 속에 사는 특권과 천국의 열쇠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성령으로 예수님을 선택해 우리가 받은 천국의 열쇠는 죽은 후에야 혜택을 받은 후불권이 아니라 현재를 위한 혜택의 공식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받은 열쇠로 천국 문이 열려야 세상 문도 열리고 천국 문이 풀려야 세상일도 제대로 풀린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지금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면 우선 믿음의 열쇠로 천국 문을 열어야 한다. 매 순간을 살면서 정말 안 풀리는 일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 눈앞의 우상이나 환상이 아니라 먼저 예수님을 선택하고 열쇠를 받아 천국 문을 풀면 다 해결된다는 것이다. 우선 천국의 문이 풀려야 세상의 문도 풀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