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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이사악 (1)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9.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이사악 (1)

함원식 이사야 신부(안계 본당 주임)

 

 

아브라함에 이어 두 번째 성조인 이사악 이름의 뜻은 ‘웃는다’입니다. 늙은 나이에 아들을 낳으리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과 사라가 웃었기에(창세 17,17; 18,13) 지어진 이름입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의 불신앙을 질책하는 이름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사악 이름의 뜻을 꼭 부정적으로 풀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사악의 탄생은 사라에게 행복한 웃음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지요. “하느님께서 나에게 웃음을 가져다주셨구나. 이 소식을 듣는 이마다 나한테 기쁘게 웃어 주겠지.”(창세 21,6) 그런데 이사악 자신은 과연 이름처럼 웃을 수 있는 인생을 살았을까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를 보고 웃으실 수 있는 삶을 살았을까요?

 

이사악에 대한 일반적인 평을 소개하겠습니다: ‘성조들의 이야기에서 이사악의 비중은 매우 작다. 그리고 그는 이사악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주로 아들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또한, 그는 행위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그의 행위는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아브라함의 것을 모방하고 있다. 그래서 이사악은 마치 성조사에서 불필요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이사악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확한 평일까요? 유다 고대 주석가 필로는 성조들 가운데 이사악을 가장 특별한 인물로 보았습니다. 이름이 바뀐 아버지(아브람-아브라함)와 아들(야곱-이스라엘)과 달리 하나의 이름을 계속 유지했으며, 가나안을 떠나지 않은 유일한 성조이기 때문입니다(아브라함은 기근을 피해 이집트에 한동안 머물렀으며, 야곱은 아예 이집트로 이주했습니다). 필로는 시련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아브라함이나 야곱과 달리 이사악은 완전한 상태로 태어났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렇게 상반된 평이 있는 가운데, 이사악이 정말 어떤 인물인지 알기 위해 먼저 아브라함이 모리야산에서 하느님의 명에 따라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 한 장면부터 보겠습니다. 얼핏 보면 여기서 이사악은 철저히 수동적인 역할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사악은 단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제단 위에 올려진 말 못 하는 희생양과 같았을까요?

 

[2020년 8월 16일 연중 제20주일 가톨릭안동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