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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9주일, 전교 주일

by 파스칼바이런 2020. 10. 19.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9주일, 전교 주일

전교하지 않으면 죽은 믿음이다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0.10.18 발행 [1584호]

 

 

 

 

몇 년 전 그림 그리기를 결심하고 소묘를 수개월 넘게 하다가 처음으로 붓을 들고 이젤과 대면했다. 그러나 막상 캔버스를 대하고 보니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해서 한참을 고민하고 또 실수해서 캔버스를 망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미동도 못 하고 있을 때, “그림을 잘 그리는 비결은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지 말고 우선 무조건 캔버스에 붓을 들이대고 아무거나 그려보는 겁니다. 겁내지 말고 일단 붓질을 시작하시면 그림이 나옵니다”라며 미술 선생님이 그리기를 부추기는 바람에 마침내 그리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 후로는 좀 더 편안하게 몇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전교 주일이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고 전교할 것을 명령하셨다. 전교는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덕행이 아니라 신자라면 절대적으로 행해야 하는 의무라는 것이다.

 

우리는 나름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만 전교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전교를 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어떻게 전교할 것인지 그리고 전교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등에 대한 두려움들 때문에 아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의 본당에서 봉사도 잘하고 단체 활동도 열심히 하지만 전교만큼은 자신이 없어 수십 년 동안 단 한 명도 전교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교도 그림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결과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 대신에 ‘하면 된다’ 그리고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시동만 걸면 나머지는 성령께서 다 알아서 좋은 열매로 보답하시기 때문이다.

 

사실 전교는 신자들의 의무이며 대신할 수 없는 책임이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전례를 위해 모이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전교하기 위하여 교회 밖으로 흩어지는 본질적 모습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15) 사도 바오로께서도 신자들이 행해야 할 전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 전교 주일을 맞아 부활하신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명령하신다. “가라 그리고 전교하여 많은 영혼을 구원하라”는 것이다. 야고보 사도는 이런 사명을 받은 우리에게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라는 말로 우리가 아무리 믿음으로 무장하여 산다 해도 전교라는 실천적 행위가 없다면 그것은 죽은 믿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우선 실천해야 한다. 일생 동안 단 한 사람에게 전교한 것 빼놓고는 어떤 선행도 행하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이미 예수님과 함께 누릴 영원한 생명의 사람으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