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3주일, 자선 주일 주님의 오심을 기쁘게 기다리는 방법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0.12.13 발행 [1592호]
사제들과 레위인들은 요한이 사제인 즈카르야의 아들임을 알고 있었는데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으로 태어난 그야말로 메시아라고 여겼던 듯합니다. 요한이 ‘메시아’로서 백성들을 ‘정화’하기 위해 세례를 베풀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들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던 요한은 서슴지 않고 분명한 어조로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엘리야’냐고 묻습니다.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말라 3,23)라는 예언대로, 요한이 세상 종말이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을 회개시켜 파멸에 이르지 않도록 이끄는 그 ‘엘리야’인지를 물은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마지막으로 요한이 ‘그 예언자’인지를 묻습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들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신명 18,15)라고 모세가 예언한 그 ‘대 예언자’인지를 물은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은 이번에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 대신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자신이 실천할 ‘소명’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자신은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제대로 맞이하여 구원받을 수 있도록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에게 질문하던 이들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해도 되는 ‘자격’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하느님의 뜻을 열심히 따르는 행동 안에서 자신이 하느님께 받은 자격, 즉 ‘소명’이 드러난다고 여기는 요한의 사고방식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한이 ‘성경에 기록되어’ 합당한 자격을 갖춘 예언자도 아니면서 왜 제멋대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느냐고 따지나, 요한은 자신이 세례를 베푸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요한 1,26)
우리 곁에 ‘메시아’가 이미 오셔서 ‘우리가 모르는 모습으로’ 계시는데 우리 눈이 어두워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기에, 우리가 죄의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알아보도록 이끌어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께서 비춰주시는 ‘진리의 빛’을 받아들이고, 주님께서 나를 구원하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한 채 살아가면, 어려움과 고통이 닥치더라도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자세로 살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살기를 바라시기에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주신 것이지요.
호주의 젊은 시인 에린 핸슨이 쓴 ‘아닌 것’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 몸무게나 /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하느님의 자녀’이며 ‘그리스도인’임을 결정하는 요소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닮은 그분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려고 하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 심어주신 고유한 아름다움을, 내가 추구해야 할 고귀한 삶을 잃고 맙니다. 요한 세례자처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고유한 소명을 깨닫고 실천함으로써 내가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는 그분의 제자임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쁘게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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