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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주님 승천 대축일

by 파스칼바이런 2021. 5. 17.

[생활속의 복음] 주님 승천 대축일

- 주님의 뒤를 따르는 승천(昇天)의 삶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1.05.16 발행 [1613호]

 

 

 

 

 비행기가 날아오르려면 긴 활주로를 열심히 달려야 합니다. 속도가 충분히 빨라질 정도로 달리다 보면 공기가 날개에 부딪혀 비행기를 위로 띄우는 힘인 ‘양력’이 생기고, 그 힘이 비행기를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보다 커지면 비로소 하늘 위로 떠오릅니다. 그런 점에서 ‘비행’은 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주님의 승천도 ‘땅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은 이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시는 순간까지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끝까지 열심히 달리셨습니다. 그렇게 순명의 역주(力走)를 펼치신 결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아버지 곁으로 올라갈 힘을 얻으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예수님을 따랐던 것은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서였는데, 자신들을 세상에 남겨두신 채 떠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섭섭했을 것입니다.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던 그들에게 천사들이 ‘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천사들은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것’이라고만 했지, 그날과 그 시간이 언제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언제 올지는 하느님만 아십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의 ‘승천’과 ‘재림’ 사이는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제자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즉 ‘종말의 시간’이 ‘언제’ 오는지에만 관심을 갖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일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할 사명을 맡기셨으니, 기다림의 시간을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채워가야 합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는 ‘사도’로서 소명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 소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첫째로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십니다. 심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하고픈 간절한 열망으로 그분 안에서 참된 기쁨과 평화를 누리는 ‘살아있는 신앙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 모습을 보고 주님께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마귀를 쫓아내라고 하십니다. 다른 사람 몸에 붙은 마귀만 쫓아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 영혼에 집요하게 들러붙는 마귀를 몰아내라는 것입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냄으로써 가능합니다. 나태함과 게으름, 탐욕과 욕정을 끊어냄으로써 가능합니다. 셋째로 병자들을 고쳐주라고 하십니다. 육신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의사들이 할 일입니다.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마음의 병입니다. 교만과 고집의 병, 시기와 질투의 병, 욕심과 집착의 병, 미움과 증오의 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먼저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베풀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와 같은 ‘사도’로서의 소명을 충실히 수행할 때, 주님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삶은 평범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구원의 표징’이 됩니다. 그 표징을 통해 우리의 믿음이 깊어지고,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도 참된 믿음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것은 그분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물리적인 한계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입니다. ‘하늘’은 시작과 끝이 정해진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위의 모든 곳이 다 하늘입니다. 그러므로 비행기가 열심히 활주로를 달리듯, 우리는 열심히 주님의 뒤를 따르면 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리라는 말씀을 변하지 않는 진리로 확증해주실 것입니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는 승천(昇天)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