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두려움 극복해 참된 믿음으로 나아가다 연중 제13주일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1.06.27 발행 [1619호]
사람이라면 자기 삶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기적’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단한 ‘행운’을 얻거나 삶에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정도입니다. 기도할 때에도 원하는 학교나 회사에 들어가는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시기를, ‘암’과 같은 큰 시련을 기적적으로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문’을 열심히 외워도 그런 기적은 내 삶에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진짜 ‘기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편, 국어사전에서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 인간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가 그렇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을 ‘기적’이라고 부르는데, 오늘 복음에서 두 사람이 그런 ‘기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기적’은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던 여인에게 일어납니다. 보통의 여인들이 한 달에 한 번 겪는 고통스러운 일을 그녀는 일 년 내내 겪어야 했습니다. 그녀의 고통은 육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대교 율법에 따르면 여인이 산부인과적 요인으로 피를 흘릴 경우 ‘부정한’ 상태가 되기에 일정 기간 정결 예식을 거친 뒤에야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하혈하던 여인은 고립되어 외롭게 지내야만 했고, 성전에 가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숱한 고생을 하며 모든 재산을 다 쏟아부었지만, 효험도 없고 상태는 더 나빠졌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고, 예수님에게 흘러나오는 치유의 은총을 받아 병에서 나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기적’은 회당장으로 봉직하던 ‘야이로’라는 사람에게 일어납니다.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당시 회당장은 큰 부와 권력을 누리는 ‘요직’이었습니다. 여유롭게 살던 그에게 갑자기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딸이 불치병에 걸린 것입니다. 딸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병세는 더 위독해져 목숨까지 위태로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딸 아이를 살려보고자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내던지고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도와주시기를 청했고, 예수님께서는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그의 딸을 다시 살려내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주셨습니다.
이 두 가지 ‘기적’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적’이라는 사건이 그 기적을 경험한 이들의 ‘믿음’을 강하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하혈하던 여인이 치유의 기적을 체험하기 전에 예수님께 가졌던 마음은 그분의 능력에 기대어 요행을 바라는 막연한 ‘기대’에 불과했습니다. 기적을 체험한 후에는 예수님이야말로 자신을 지켜주시는 ‘구원자’라는 분명한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죽었던 딸이 소생하는 기적을 체험하기 전에 야이로가 예수님께 가졌던 마음은 그분께 걸었던 희망이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불안함’이었습니다. 기적을 체험한 후에는 예수님이야말로 세상 만물을 당신 뜻대로 주관하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이라는 확실한 ‘믿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진짜 기적은 불치병의 치유나 죽은 자의 소생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 기대에서 확신으로 바뀐 것, 두려움과 불안함을 극복하고 참된 믿음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도 주님께 이런 기적을 바라야 합니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사는 이에게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누리는 이 풍요로 다른 이들의 궁핍을 채워 세상의 균형을 이루는 사람, 주님 가르침에 따라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사람에게 믿음을 통해 참된 행복을 누리도록 변화되는 진짜 기적이 일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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