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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7주일- 작은 나눔이 갖는 큰 힘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6.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7주일- 작은 나눔이 갖는 큰 힘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1.07.25 발행 [1623호]

 

 

 

 

고사성어에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열 사람이 밥 한 숟가락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인 밥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모으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요즘 대학생 중에는 이런 정신으로 작은 봉사와 나눔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기특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십시일밥’이라는 봉사단체는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학생식당에 가서 주방일을 도우면, 일한 시간만큼의 급여를 식권으로 대신 받아 기부하고, 그렇게 모은 식권을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동료 학생들에게 전달합니다.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고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하루에 한두 시간 되는 짧은 시간을 내어놓음으로써 나눔의 기쁨과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이 정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라고 핑계만 대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한 사람의 작은 나눔과 희생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얼마나 놀라운 권능을 지니고 계시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수많은 군중에게 어떻게 하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지 물으시는 예수님께 자신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저 많은 군중을 어떻게 먹이겠느냐고, 사람들을 측은하게 여기시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넉넉지 못한데 그런 바람을 가진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사실 제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먹을거리를 준비해갔던 많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지요. 자기 가족이 먹을 양보다 넉넉히 가져오긴 했지만, 미처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해 굶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눠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함께 나눠 가질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나’라도, 우리 가족이라도 배불리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 눈치만 보던 사람들 마음을 크게 흔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제자들에게 얼마 안 되는 음식을 전해 받으신 예수님이 당신의 배고픔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왕’들은 백성들의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하고 자기 배를 먼저 불리려고 안달인데,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고 희생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감동한 사람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그분의 모습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그래 아무리 사는 게 팍팍하고 여유가 없어도 나만 생각하면 안 되지’, ‘다 같이 나눠 먹으려면 내가 먹을 양이 모자라겠지만 모두 함께 기쁘게 먹는 게 하느님께서도 바라시는 일이 아닐까?’ 각자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눈 결과,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많은 양이 남는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빵의 기적’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물질적인 빵으로 육신의 허기를 채운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할 뿐, 그 본질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며 기꺼이 나눔을 실천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배불리 먹은 체험을 통해 나눔이 주는 큰 기쁨을 깨달았고, 그 기쁨이 모두의 마음을 영적으로 충만하게 채워준 것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큰 기적’을 일으키는 데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더 큰 희생이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욕심에서 한 숟갈을 덜어내어 결핍으로 고통받는 이웃의 마음 그릇에 사랑 한 숟갈을 채워주면 됩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하느님께서 쓰시도록 내어 맡기는 믿음과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작은 성의에 하느님께서 은총과 축복을 넉넉히 담아 가득 채워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