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의 시나이산 등정(탈출 25-31장)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지난 순례는 시나이산 아래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전히 시나이산 자락 아래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순례에서 우리는 모세와 함께 시나이산 꼭대기로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는 이집트의 치안이 지극히 불안정하여 시나이산 등반은 불가능합니다. 언제쯤 다시 시나이산에 오를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을 통하여 모세와 함께 침묵 속에서 그 산을 오를 것입니다. 모세가 시나이산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나이산에서 맺은 계약의 표지가 될 ‘율법과 계명을 기록한 돌 판’을 하느님께서 주시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이때 시나이산 꼭대기로 올라가 그곳에서 사십 일을 보냈습니다. 그가 산에 올라가 있는 동안 아론과 후르가 임시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 것입니다. 그런데 모세는 사십 일 동안 그 산 위에서 무엇을 하였을까요? 탈출기 25장부터 31장까지를 읽어보면 그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세가 하느님께서 직접 쓰신 두 증언판을 받아서 내려온 사실은 탈출기 31장의 마지막 구절인 18절에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산에 머무는 동안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성막의 건설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들을 지시하십니다. 성막과 성막에서 사용될 기물들의 제작부터 성막에서 일할 사제들의 임직식과 복식에 이르기까지 아주 세세한 내용들을 하느님께서는 일일이 모세에게 알려주십니다. 무려 일곱 장에 이르는 분량을 성막의 건설과 관련된 사항에 할애한다는 사실은 성막의 건설이 시나이 계약과 관련하여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시나이 계약과 성막의 건설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시나이 계약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누리게 될 혜택은 하느님께서 그들 가운데 현존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이스라엘 백성이 누리게 될 모든 축복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거룩하신 분이시며, 이 거룩함은 부정함과는 양립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현존을 누리기 위해서는 온갖 부정함에서 보호될 거룩한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장소가 바로 성막입니다. 이곳이 바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머무시게 될 장소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이 건설하게 될 성막의 모형과 설계도를 하느님께서 직접 모세에게 주셨다고 말합니다. 사실 탈출기에 나오는 성막의 모형은 광야라는 곳에 세우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한 구조물입니다. 성서학자들은 탈출기에 묘사된 성막이 훗날 솔로몬이 세운 성전을 역투사하여 설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왜 성경의 저자는 이런 시도를 한 것일까요? 어쩌면 솔로몬이 세운 성전이 당시에 유행하던 페니키아의 성전 건축 양식에 따라 세워진, 사람이 세운 건물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유래한 것임을, 곧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직접 건네주셨던 모형에 따라 건설된 것임을 강조하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현존하시게 됨에 따라 하느님께서 머무실 거룩한 장소인 성막 외에도 성막에서 봉사할 거룩한 사람들을 성별할 필요가 생깁니다. 또 거룩한 장소뿐만 아니라 거룩한 시간의 설정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주간과 달, 해 단위로 더 특별히 거룩하게 지낼 시간을 정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축제일에 관한 규정의 기원입니다. 또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백성답게 거룩하게 살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정들도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모세가 시나이산 꼭대기에서 주님으로부터 사십 일 동안 들었던 말씀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거룩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모세와 함께 시나이산 정상에 머물며 거룩함에 대해 묵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마산 8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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