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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기드온 (1)

by 파스칼바이런 2022. 3. 8.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기드온 (1)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판관 기드온이 등장했을 때는 이스라엘이 미디안 민족의 억압을 받고 있던 시기입니다. 미디안족은 가나안 동쪽의 메소포타미아와 서쪽의 이집트를 오가며 무역을 주로 하던 민족으로 이스라엘의 식량과 가축을 약탈했습니다.(판관 6,3-4) 이 약탈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들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오갈 때마다 이스라엘 백성의 주거지에 들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드온의 이름은 ‘부수다’라는 뜻입니다. 그 이름대로 기드온은 하느님의 망치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을 홀리는 우상을 부수고 그들을 억압하는 적을 부수었습니다. 그런데 기드온의 첫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기드온이 미디안족의 약탈을 피해 평지에 있는 타작마당이 아니라 언덕 위에 있는 포도확에서 밀을 몰래 떨고 있는데, 향엽 나무 아래에서 천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향엽 나무는 히브리어로 ‘엘라’인데, 이름 안에 하느님을 뜻하는 ‘엘’이 들어 있어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니 향엽 나무는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기에 적절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기드온은 판관으로 부르시는 하느님께 즉각 응답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불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불행을 생각하면 기드온의 불신이 이해도 됩니다: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다면, 어째서 저희가 이 모든 일을 겪고 있단 말입니까?”(판관 6,13) 오늘날 고통 중에 있는 많은 신앙인이 던지는 질문과 같은 것이죠. 그래서 기드온의 집안은 자신들을 버린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을 섬기는 대신 우상숭배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바알의 제단과 아세라의 목상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알려줍니다.(판관 6,25)

 

기드온은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무려 3번이나 표징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지독한 불신에 사로잡힌 그를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사실 그의 불신은 하느님 탓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탓인데도 말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그들을 일곱 해 동안 미디안족의 손에 넘겨 버리셨다.(판관 6,1)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불이 고기와 빵을 태우는 표징(판관 6,21), 땅 위에 놓아둔 양털 뭉치에만 이슬이 내리는 표징(판관 6,38), 반대로 양털 뭉치에만 이슬이 내리지 않는 표징(판관 6,40)을 보여 주십니다. 이 표징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기드온은 하느님을 믿게 되어 판관의 사명을 받아들입니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안동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