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선 시인 / 풀꽃
햇빛이 생각보다 오래 머물고 그냥 가던 바람도 되돌아오고
그 부근의 침묵이 모두 몰리더니 누가 무엇으로 살았던 자리인지 오래 버려져 비었던 곳에 풀꽃이 피어 있다
이제부터 세상의 구도는 이 풀꽃에서 시작된다
신용선 시인 / 하산하는 법
불을 가지면 멀리 지나는 자잘한 바람에도 몸이 흔들린다.
불을 가지면 어디든 닿아 태우고 싶고 태우다가 타들고 싶어진다.
질끈 눈을 감고 어둠 속에 앉아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린 자들은 얼마나 쉽게 하산하는가.
불을 가지면 제 발치의 불그림자에 채이며 뒹굴다가 홀로 남게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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