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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윤후 시인 / 성북역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7.

강윤후 시인 / 성북역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가

나는 알게 되었지

이미 네가

투명인간이 되어

곁에 서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불어 기다리기로 한다

 

 


 

 

강윤후 시인 / 진달래

 

 

진달래는 고혈압이다

굶주림에 눈멀어

우글우글 쏟아져나온 빨치산처럼

산기슭 여기저기서

정맥 터질 듯 총질하는 꽃

 

진달래 난장질에

온 산은 주리가 틀려

서둘러 푸르러지고

겨우내 식은 세상의 이마가

불쑥 뜨거워진다

 

도화선 같은 물줄기 따라

마구 터지는 폭약, 진달래

 

진달래가 다 지고 말면

풍병 든 봄은 비틀비틀

여름으로 가리라

 

 


 

강윤후 시인

1962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1991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옴. 시집 『다시 쓸쓸한 날에』 우송공업대학 문예창작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