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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수복 시인 / 동백꽃 지는 사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13.

김수복 시인 / 동백꽃 지는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가 태어나듯이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꽃들이 기뻐하듯이

가슴과 가슴 사이에서 달이 떠오르듯이

절규와 절규 사이에서

종소리가 울리듯이

하늘과 땅 사이

천둥이 지나가듯이

 

-시집 <외박>에서

 

 


 

 

김수복 시인 / 썰물이 지나가는 진통

 

 

정박해 있는 배들은 묵묵폐경

아이를 낳지 못하는 무덤이다

양수가 터져 썰물 지나간

달빛 사이로

온통 하늘은 핏빛이다

선혈이 낭자한 자궁들이

노을의 배 위에 누워

새로 태어난 달을 바라본다

모두 젖이 말랐다

제 배 속을 빠져나온 달에게도 물릴 젖이 없다

진통이 다시 가시었다

갯벌이 탯줄을 내어

달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김수복(金秀福) 시인

1953년 경남 함양 출생. 단국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국문학 박사). 1975년 《한국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지리산타령』 『새를 기다리며』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사라진 폭포』 『달을 따라 걷다』 『밤하늘이 시를 쓰다』 <외박> <하늘 우체국> <슬픔이 환해지다> 등. 편운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풀꽃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제6회 서정시학 작품상.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한국가톨릭문인회 이사장. 한국시인협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예창작회 회장. 2019. 제18대 단국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