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 시인 / 굿모닝 사과
툭, 너라는 지대에 빠진 씨앗의 첫 심장소리다
어떤 색깔로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할까
느닷없이 붉어져 너를 서쪽으로 쏠리게 했던 불온한 저녁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한다
동그랗게 입술을 모으고 안쪽에 집중하는 칼의 태도처럼 햇살 따라 찰랑이는 사과의 높이에 도달하고 싶은 것이다
바람이 자꾸 덜 익은 아침을 뒤집는 것도 너에게 끊임없이 깊어지는 이유다
-시집 <그 슬픔을 어떻게 모른 체해>에서
김정미 시인 / 강물 목공소
강물은 안다 흐르는 것들은 자주 흔들린다는 것을
깊은 어둠이 물결치는 강물 앞에서 비울 수 없어 평정도 없던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의 집 한 채 허물고 또 짓기를 반복했다 떨어져 나간 물의 지느러미를 배회했다
눈을 뜨지 않은 것으로 슬픔을 묵인했다
물의 손금을 펼치면 그곳에 강물 목공소가 있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불길한 꿈을 가공하는
강물 위로 아무렇게나 반짝이는 햇빛과 아무렇지 않게 부는 바람에 천천히 동화되었다
강물은 내가 처음 배운 위로였다
-시집 <그 슬픔을 어떻게 모른 체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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