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선 시인 / 스승
깊은 강 앞서 건너가 뒤따라올 지친 몸 기다리는 이
높은 산 먼저 올라서서 어진 손 내밀며 웃고 있는 이
그가 있어 가쁜 숨 돌리고 그가 있어 저린 몸 쉴 수 있으니
바다에 닿으면 벗이 되고 하늘에 닿으면 한 이름이 되는
스승,
배고프고 가슴 아픈 그 이름
유용선 시인 / 틈
재건축을꿈꾸는사람들이살고있는개미굴같은데서 살아본적이있다전세살이 보다는싸구려라도제집 이낫지싶어그러한집을내것 으로삼았었다거기집 주인들자기집에틈이생기 면무척기뻐한다원체가 날림이라서평균수명보다도 한십년은먼저헐릴것 같은집들이건만성급한 마음은남몰래제집을부수 고있었다그때부터생겨난 궁금증인데바깥에금이 가려면속안에는얼마마한틈 이생겨야할까보이는 곳의상처보다감추인곳의상처 는얼마만큼더많이 벌어져있을까무엇으로거기감추인곳메울수있을까
유용선 시인 / 혀 짧은 그리움. 아니, 그, 디, 움,
그는 언제나 그리움을 그,디,움, 이라 발음한다 그런 그에게 그, 리, 움, 을 강요하면 그, 디, 움, 한다 사람 좋은 그와의 술자리에서 나는 희미하게 바랜 옛사랑의 그림자를, 그는 언눅으로 남았을 옛사당의 그딤자를, 유부남인 나는 웃으며 친정에 가 있는 아내가 아쉽다고, 노총각인 그는 훌쩍거리며 다든 사내의 아내가 된 그 여자가 그딥다고, 마주앉아 주절거리며 술잔을 비워댔다. 내 말은 꽃같이 피었다가 시들고 그의 말은 불길이 되어 내 가슴을 데이게 했다 그의 천부적인 어눌함을 부러워하며, 매끄러운 나의 혀를 부끄러워하며, 마침내 내 중얼거림 속에서 사랑이 사당이 되었을 때, 그는 시, 나는 말이 되고, 그는 예술, 나는 현실이 되어, 시와 예술은 자취방으로, 말과 현실은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디운 사담 옆에 누워있지 않은 외도운 밤을 향하여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현희 시인(雪花) / 그대 나의 별이 되어주세요 외 1편 (0) | 2022.11.21 |
---|---|
이수명 시인 / 나는 너무 오래 살았다 외 2편 (0) | 2022.11.21 |
장유정 시인 / 봄 결 외 1편 (0) | 2022.11.21 |
오선덕 시인 / 언제 그랬냐는 듯 외 1편 (0) | 2022.11.21 |
최기순 시인 / 어족들 외 1편 (0) | 202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