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시인 / 빈집
빈집은 빈집을 기다리고 적막은 정수리부터 허물을 벗고 있다
바지랑대 끝에 앉아 꽁지만 까닥거리고 있는 잠자리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빈집의 하루를 겹눈으로 살피는
끊어질 듯 당겨진 시위가 탱탱하다 금방이라도 정수리를 향해 화살을 날려 보낼 것 같다
박종국 시인 / 산그늘
산은 깊어져 있었다 그늘도 깊었다
바위에 눌어붙은 이끼에서는 푸르른 냉기가 번져 나오고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몸부림치는 떨림이 산새를 울리는
산울림과 바람 사이
산은, 입은 옷이 부끄러운 듯 누워 있는 무덤처럼 깊고 발가벗은 채 짙어 가는 그늘은 알 듯 말 듯한 비밀처럼 제 살을 뿌리들에게 내어 주고 있는
산의 품속을 파고들어 내 몸 떨리는 소리를 듣는 나무의 그늘과 스며든 여광에 얼룩진 바위 보랏빛 눈동자가 야무지게 보이는
뿌리처럼 평온해지는 무한의 품 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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