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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재찬 시인 / 바람난 계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23.

안재찬 시인 / 바람난 계절

 

 

나무도 눈맞추지 않는 계절

 

철철마다

다스웁게 매서웁게 살가웁게 차가웁게

 

바람은

지휘봉을 잡고

길 알려주는

 

얼굴 가리운 감독

 

만인에게 공평한, 기울지 않는 독선

참을 수 없는 유랑이 지구를 돌게 하는

 

 


 

 

안재찬 시인 / 자전거

 

 

페달 밟으면 눈이 트인다

해와 달 삽질한

산그늘 내린 밭이랑에서

수정알 구르는 소리

바람결 따라 부서진다

발목이 페달 길게 끌고 가면

어디서나 네 길은 열리고

쓰러지지 않는다

하늘에 안테나 높이 세워

한사코 가야 할

황톳길 등골나무 흰물결 숲을 지나

마지막 팔천 리 다윗 성곽 빛 좇아

주인 못 만나 풀 죽은 풀꽃

하나하나 이름 지어 생명록 올릴 적

녹색옷 입는 내 영혼

 

 


 

안재찬 시인

경북 영주 출생, 호는 청죽靑竹. 고려대 국문과 졸업, <시인정신>으로 등단, 문예사조 편집장 역임, 《해동문학》편집위원, 한국기독시인협회 사무총장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회 감사, 강남예술아카데미 시창작 지도, 한국기독시문학상·한국현대시인작품상 수상, 시집 『빛과 그림자』, 『된비알 하냥 가다가 』, 『서울별곡』, 『침묵의 칼날』 『바람난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