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순 시인 / 너무 시끄러운 고독*
열매가 절정에 가까워질 때 나무는 생각한다 나의 부서질 듯한 노동을 사람들은 왜 축복이라 부르는 거지
마음이란 들어갈 땐 도둑 빠져나올 땐 주인 하지만 뒤통수뿐이어서 들어오는 중인지 빠져나가는 중인지 알 수 없다
불을 지키려는 난로의 마음과 불길을 잡으려는 소방관의 마음이 합쳐져 하나의 도시가 완성된다
길을 찾는 사람들 길을 잃으려는 사람들 길 같은 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서로 찧고 뒹굴고 쥐어짜면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식당과 공사장을 지나 쇼윈도에 어른거리는 집시의 얼굴과 마주치는 광장 한복판
올리브나무와 흡사하게 자신을 꽉 껴안은 사람들이 압착기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보후밀 흐라발
웹진 『시인광장』 202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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