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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도중 시인 / 갈대밭에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3.

권도중 시인 / 갈대밭에서

 

노을이 가고

텅 빈 들을 덮으며 어둠이 오고

뒤늦게 돌아간 사람도 여기에선 보이지 않는다

태양이 그림자를 거두어 간 길을 따라

달무리로 떠서 더욱 긴 그림자는

마음 속 그림자만 남기고 간 그 사람처럼

무수한 별 데불고 와

갈대밭에 잠기고

사랑도

하기 전에는 황홀한 꿈이었다

​​

이제 생각하면 진실인 것을

우리는 더욱 성숙하여 울음도 사치가 된다

견뎌야 하는 것이 삶이고 연륜인 것을

오랜 날 지내 와서

아프지 않는 나의 사상

불어라 바람아

소식처럼 끝없이 가다가 없어지는 소식으로

이렇게 마음 편한 갈대밭이다

 

 


 

 

권도중 시인 / 단풍

지난 그 햇살들을 다 받아서 간직타가

한 줄기 빛 뽑아서 안개 속을 가고 가고

문득 저 벼랑에서도 붉게 타는 네 안부

그 인연 바람 되어 구름으로 흐르다가

한 하늘 가득하게 네 눈빛 저리 깊고

가을로 다시 돌아와 곱게 타는 이 빛에

한 역사 끝난 후에 한 점 붉은 꽃이 피면

우리 이 젊은 한때 울고 싶은 사람아

목울대 울대 속으로 네 생각이 메인다

 

 


 

권도중 시인

1951년 안동 일직에서 출생.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학예술학과와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국가정책과정 수료. 1974년 이영도 추천으로 《현대시학》(3회천료)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낮은직선』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 『비어 하늘 가득하다』 가 있음. 〈現代律〉〈동인과 회귀선문학동인회〉으로 활동.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 전일승산전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