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중 시인 / 갈대밭에서
노을이 가고 텅 빈 들을 덮으며 어둠이 오고 뒤늦게 돌아간 사람도 여기에선 보이지 않는다 태양이 그림자를 거두어 간 길을 따라 달무리로 떠서 더욱 긴 그림자는 마음 속 그림자만 남기고 간 그 사람처럼 무수한 별 데불고 와 갈대밭에 잠기고 사랑도 하기 전에는 황홀한 꿈이었다 이제 생각하면 진실인 것을 우리는 더욱 성숙하여 울음도 사치가 된다 견뎌야 하는 것이 삶이고 연륜인 것을 오랜 날 지내 와서 아프지 않는 나의 사상 불어라 바람아 소식처럼 끝없이 가다가 없어지는 소식으로 이렇게 마음 편한 갈대밭이다
권도중 시인 / 단풍 지난 그 햇살들을 다 받아서 간직타가 한 줄기 빛 뽑아서 안개 속을 가고 가고 문득 저 벼랑에서도 붉게 타는 네 안부 그 인연 바람 되어 구름으로 흐르다가 한 하늘 가득하게 네 눈빛 저리 깊고 가을로 다시 돌아와 곱게 타는 이 빛에 한 역사 끝난 후에 한 점 붉은 꽃이 피면 우리 이 젊은 한때 울고 싶은 사람아 목울대 울대 속으로 네 생각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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