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존 시인 / 바깥의 표정 얼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표정은 표정 속에서 엷어지고 가면을 갖지 못한 두눈이 붉어진다 가면을 가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세상 눈동자가 어둠 속을 떠다닌다 숨기고 싶어 또 하나의 얼굴을 만들고 들킬까봐 하나뿐인 얼굴을 가린다 어깨 위로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얼굴 불안한 노래가 뜨거운 입김으로 공명한다 새장 속의 노래를 놓아주기 위해 절망에게 열쇠를 맡긴다 아일랜드 숲속처럼 외롭고 바깥은 커다란 가면 같은 절벽이어서 우리는 숲을 두고 떠나지 않는다 낯선 가죽이 살갗으로 번지는 시간 세상과 마주한 야생이 달려들거나 도망친다 아일랜드 숲속에서 노래는 점점 야생의 울음을 닮아간다 무표정한으로 가장한 얼굴 속에서 노래가 수많은 표정을 짓는다 -시집 『당신에게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이해존 시인 / 매트 카펫 위 실내화에 발을 집어넣고 침대에서 내려선다 밖에 나갈 때 둘둘 말아 어디든 내려놓으면 한 자리가 된다 진흙이 묻어 있어도 깔아 놓으면 펼쳐 있어서 깨끗해지고 모서리에 자리잡은 책장 대신 옮겨다닐 것이 필요하다 펼쳐 놓아야 시작되는 운동 발끝으로 매트를 끌어모은다 푹신한 만큼 허방을 짚는 잔디밭이 들어올렸다 꺼진다 한 발은 매트에 걸치고 결심을 지연시키는 모서리가 돌돌 말린다 매트리스 위에 매트를 푹신한 의자 위에 방석을 운동을 위해 준비 운동을 양손을 갖추고 무언가 시작하기 전 자꾸 손을 비빈다 갖출수록 부족해지고 나는 나를 준비할 게 많아진다 _계간 『시인수첩』(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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