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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승용 시인 / 달맞이 꽃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18.

이승용 시인 / 달맞이 꽃

 

 

보름달 피는 밤

옥상 정원에 앉아

보름날 가신 아버지를 생각한다

 

보름달 옆에 두 개의 별

내 안에 늘 떠 있는 떠나간 핏줄 같다

 

달의 연한 빛을 닮은 달맞이꽃

그리움이 연해지도록

저 달을 기다렸나 보다

 

기다리는 내 맘처럼

보름에 한 번씩 날 찾아오시는 아버지

 

안쓰러워 밤 안으로 들어와

젖은 눈을 밝히신다

 

어둠을 밝히는 일이

세상사는 일이라고

젖어 사는 내게 오시나 보다.

 


 

 

​이승용 시인 / 어찌 살든 내 몫

 

 

정찰기 한 대 가만히 날아가는

초저녁 해 떨어진 밤

인공위성 몇몇 별을 흉내 내고 있다

 

계절마다 길이 다른 별들은

어떻게 만나 어디서 이별을 하는지

오고 가는 별만큼이나

보내고 맞는 일은 살아서의 일

별처럼 빛나고 싶던 몸짓으로

별처럼 쓰러지고 싶던 몸짓으로

별처럼 쓰러지고 싶던 마음으로

우연이어도 좋아라 필연이어도 좋아라

궤도를 벗어나 끊어진들 이어진들

세상의 중심은 내 발아래

나를 세운 이곳

어찌 살든 내 몫.

 

 


 

이승용 시인

숭의여자대학교 응용미술과와 아주대하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락과 졸업. 1990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춤추는 색연필』, 『꽃이 피다』가 있음.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