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실 시인 /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5백미터 앞 좌회전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발설된 낙오와 팽창한 두려움이 낙석처럼 뒹구는 도로 위험한 고집은 파지보다 구깃하다 흐르는 강물을 하늘로 떨어뜨린 새가 계기판에 산다
보이는 것을 위한 보이지 않는 중독 첫길이 길을 헤매고 멀리 녹나무 잎에 오렌지가 열린다 불안이 불안을 먹는 동안 머뭇거리다 직진하다 밖으로 이탈하는 바퀴
불행 1킬로미터 앞에서 유턴. 경로를 재탐색 합니다
네비 속 여자가 침착하게 말한다 흡착률 좋은 의심의 뒷면을 말끔히 떼어내고
안과 밖을 지운 채 쏟아지는 몇 초 유턴 앞에서 빗금처럼 쏟아지는 충돌, 충돌들 여자의 편파성은 크랙에도 끄떡없는지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경로를 재. 탐. 색 줄줄 새는 목소리가 지뢰처럼 깔린다 계기판 속 새의 모가지가 덜렁거린다 5 백미터 앞 궁금한 방향들이 검은 발로 달려온다
다시, 의 인대는 아직 튼튼하다
계간 『사이펀』 2022년 여름호 발표
고훈실 시인 / 말해줄래, 장미가 발가벗고 있는 건지*
웃음 뒤에 서식하는 것들은 몽타주를 갖고 있지 노숙자 나무뿌리 샤갈의 횡포 4월의 홀연. 무어라 이름 붙인 뒤에는 한여름 무처럼 싱거워지지
내 장례식이 치러진 십 칠 년 전 안테나를 뽑아 하얀 거짓말을 수신하던 서사는 지직거리고 차가운 친밀과 다정한 무관심이 오믈렛 만큼 생 생했어
리벤지극(劇)을 좋아한다고? 21그램 복수의 무게를 감당해야지 몸속의 방아쇠는 장전 중이고 언제든 붉게 쏘아 버릴 수도 있는데
위험한 선물을 선물했어 날선 조각들이 청신하게 돋아나 아이들이 꽃을 만지다 붉은 피를 똑똑 흘리고 피 냄새를 맡은 감각들이 날 파리 떼로 몰려왔지
맨살에 닿아있는 말들이 스팽글처럼 서걱거리는 오후
붉고 선연한 질문에 내 몸 속 활엽수가 모두 팔랑이고 마시멜로처럼 부풀어 오르고 부유하고 재구성 되 고... 앙상한 관계와 감정이 빈곤해지는 건 한 장의 몽타주 탓이지 저 육식성 질문 앞에 역류하는 그늘들
말해 봐 1인분의 잎맥 위에 얹힌 분홍의 유통기한을
녹슨 이파리를 가진 기억이 검붉어 지고 있어
*네루다 ‘질문의 책’
계간 『시와 반시』 2022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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