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시인(여수) / 양해를 구해요

김정웅 시인(여수) / 양해를 구해요 ​   ​당신이 저기 따라와요 나의 시간은 당신의 시간보다 항상 다급해서 한 번씩 이렇게 기다려 줘야 해요 잘못하면 당신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 당신이 없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아마도 사람들은 당신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할 걸요 ​ 킬로만자로를 안내하는 원주민들한테서 나온 이야기예요 가이드를 하다 말고 갑자기 다들 멈춰서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쉰다고 해요 ​ 당신도 쉬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눈치가 보여서 쉰다는 말을 하지 못할 때가 많지 않나요? ​ 그럴 때는 당신 이야기를 하세요 조금은 객쩍어도 뭐라고 하겠어요? ​ 이 시도 잠깐 쉬었다 써야 할 것 같아요 당신이 지금 저만치 뒤처지고 있거든요 ​ 변명처럼 들린다구요? 지금 나를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당신은 나보다 뒤처지고 있는데요 지금 눈이 따갑지 않나요? 당신이 들어와서 눈을 잠시 깜박거리게 해 줘야 해요 눈 한번 안 감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거예요 저는 이제 됐네요 제정신이 돌아온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 얼른, 뒤를 돌아보세요 ​ 당신이 남겨지는 찬란한 한 뼘이 지워지기 전예요. ​ 계간 『문예바다』(2020년 여름호)       김정웅 시인(여수) 2019년 계간 《애지》 여름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여수 스마일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