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시인 / 기다림이 있는 풍경
능내리, 두물머리 강가에 잠긴 느티나무 그림자는 검푸른 두근거림이다
강 저편 포개 앉아 가슴을 맞댄 큰 산 작은 산 농담(濃淡)이 습자지에 떨어진 먹물처럼 번지는 초저녁 재두루미 한 마리 살얼음을 흐르는 겨울 햇살에 길게 목 빼고 서 있다 날아간 정지 화면에
천 년 전 세상 전부를 걸어 단 하나의 이름을 느티나무 가슴팍에 새긴 적 있다 그 가슴팍에 안겨 잠들기 바란 적 있다 흉터에 돋은 가지도 비 내리는 날이면 강물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런 날이면 영락없이 저녁놀 없이 뜨거운 해넘이에 끝없는 밤이 강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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