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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윤아 시인 / 기다림이 있는 풍경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3.

김윤아 시인 / 기다림이 있는 풍경

 

능내리,

두물머리 강가에 잠긴

느티나무 그림자는

검푸른 두근거림이다

 

강 저편

포개 앉아 가슴을 맞댄

큰 산 작은 산 농담(濃淡)이

습자지에 떨어진 먹물처럼

번지는 초저녁

재두루미 한 마리

살얼음을 흐르는 겨울 햇살에

길게 목 빼고 서 있다 날아간

정지 화면에

 

천 년 전

세상 전부를 걸어 단 하나의 이름을

느티나무 가슴팍에 새긴 적 있다

그 가슴팍에 안겨 잠들기 바란 적 있다

흉터에 돋은 가지도 비 내리는 날이면

강물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런 날이면 영락없이

저녁놀 없이 뜨거운 해넘이에

끝없는 밤이 강을 넘었다

 

 


 

김윤아 시인

1964년 서울 출생. 2015년 《시문학사》 신인상 등단. 2017년 한국방송통신대학 <방송대문학상> 수상. 한국방송통신대학원 국문학 석사 졸업. <빈터문학회> <시문학문인회> 동인.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